어제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식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원톱 체제’로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윤석열 후보는 “남녀·세대·지역·이념의 장벽을 뛰어넘는 선대위”라며 흡족해했고, 이준석 대표도 “이제 민주당 찢으러 간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 내부에서는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라는 말이 넘친다.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너무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걱정이 앞선다. 한 달간 벌어진 자리·권력 다툼은 제1야당의 능력과 자질에 큰 의구심과 상처를 남겼다. 이 대표는 “파리떼가 사라졌다”고 했지만 국민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양측 갈등은 누가 파리떼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막장이었다. ‘울산 합의’라며 아름답게 포장했지만 ‘봉합 수준’이라 언제든 재발할 공산이 크다.

포퓰리즘 대선판을 막아달라는 국민 여망에도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일에 맞춰 ‘소상공인 100% 손실 보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제1야당 역시 엉거주춤 따라가는 모양새다. 윤 후보는 “50조원으로 자영업자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고 공약했고, 김종인 위원장도 엊그제 ‘그게 국가의 역할’이라며 동조했다. 이 정도의 인식이라면 여야 후보가 큰 구분이 안 될 정도다.

말로는 경제성장을 외치면서 여전히 성장담론이 없다는 점도 불안하다. 윤 후보는 출범식에서 “혁신으로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나서서 “시장경제를 내세워 마치 자유주의자처럼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과격한 말을 보탰다. 그의 소신이자 트레이드마크인 경제민주화를 통한 성장을 의미하는 발언이라면 심각한 방향착오가 아닐 수 없다.

정책전환이 없다면 머지않아 ‘잠재성장률 제로(0%대) 시대’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속출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가 검증된 방식을 재연한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 나락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포퓰리즘을 막고 경제성장을 회복시켜 달라는 국민과 시장을 안심시킬 대안 제시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