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육부가 듣도보도 못한 ‘선심성’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해 논란이다. 주된 내용은 내년부터 3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전국 257개 대학의 학생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원을 ‘언제까지 얼마’를 줄이겠다는 목표가 없다. 대학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5월 대학 구조조정 계획 발표 때 소위 ‘살생부’에 넣었던 13개 대학을 구제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대학 구조조정 방안이 아니라, 내년 대선을 겨냥해 내놓은 퍼주기 교육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학 구조조정은 그 시급성을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는 핵심 현안이다. 학령인구 급감과 대학 구조조정 지연으로 올 3월 전국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이 4만586명에 달했다. 3년 뒤면 그 규모가 11만 명으로 늘 전망이다. 감사원도 대학 정원을 당장 9만 명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조치가 없으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전국 대학이 한꺼번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지도 오래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학 구조조정에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지난 5월 오랜만에 방안을 내놨지만 폐교 등 과감한 조치는 2023년 이후로 또 미뤘다. 이번엔 퍼주기나 다름없는 방안을 구조조정 계획이라고 들이밀었다. 연금개혁 노동개혁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은 모두 다음 정부로 넘기는 무책임의 연속이다.

더 큰 문제는 교육정책이 정치에 휘둘려 원칙마저 무너졌다는 데 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대학별 기본역량진단평가를 통해 내년부터 52개 부실 대학에 재정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 인하대 성신여대 군산대 등 13곳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회 의견을 따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사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는 알려진 대로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이 거세게 반발하자 슬그머니 물러선 것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후퇴한 게 아니라, 대학들을 내년 3월 추가 구제대상 선정 때까지 줄 세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며 1조6000억원을 들여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신설에 속도를 내는 것을 보면 전혀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은 여야 대선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혁신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이지만 이 역시 두고봐야 한다. 원칙도, 목표도, 실행계획도 없는 3무(無) 교육정책은 부디 지난 5년이 마지막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