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기력 빠진 바이든의 대북 정책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에 다다랐지만,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북한이 변하기까지 마냥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 2.0’으로 회귀한 상태다. 북한 핵을 억제하기보다는 남북관계 개선만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와 결합해 북한 핵은 오히려 고도화·다종화·대량화됐다.

기대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총체적 난국이다. 트럼프가 거칠게 훼손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복원할 기회로 여겨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년간 보여준 성적은 낙제점이다. 미국 외교가의 주류를 이끌면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지원한 미국외교협회 수장 리처드 하스마저도 작년 10월 포린어페어스에 “트럼프 대외정책과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를 “미국의 암적인 존재”라고까지 날을 세웠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파리드 자카리아도 작년 11월 자신의 워싱턴포스트 칼럼에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외정책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비판에 합류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이란, 아프가니스탄, 러시아 등의 핵심 문제에 원칙 없이 대응한다는 비판이다.

한국에 당면한 위협인 북핵 문제는 더욱 소극적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작년 5월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라는 제목을 단 대북 정책을 발표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동맹국 및 관련국과 “긴밀히 조율하고 협의”하는 외교적 관여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북한과 “아무런 조건 없는 대화의 재개”다. 그러나 이것이 다였다. 바로 다음 달 김여정 부부장과 이선권 외무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거부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다양한 채널로 여러 차례 북한에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9월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 10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도발로 응답했다. 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위법성을 제시했지만, 실제 행동은 부재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조치를 취한 것은 작년 12월 북한의 인권침해와 관련한 제재가 유일했다. 올해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쏘자 대북 제재를 했지만, 상징에 머물렀다. 제재 대상인 6명의 북한인 중 4명이 중국 다롄에서 활동했으나 상대측인 중국은 전혀 제재하지 않았다. 외교 측면에서도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한국과 엇박자를 냈다. 북한을 향해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권제재를 가함으로써 가능성을 닫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1년이 지난 현시점에 대북 정책은 실종됐다. 오바마 때 시도된 전략적 인내가 실상은 “전략적 방치”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상황과 정확히 공명한다.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거나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모색해 북한 핵 개발을 중지시켜야 했으나 방관했다. 지난 24일 미국 포린폴리시에 실린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라는 기고문이 이상하지 않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속 개발해 미 본토가 위협에 처한 상황으로 전개됐더라도 미국이 지금과 같은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을지 의문이 든다.

물론 북한 핵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당사자인 한국이 추진하는 대북 정책이 핵심 영향 요인으로 기능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대시 정책과 이중 기준 철회라는 북한의 강경 입장에도 여전히 대화만을 강조하고, 북한 핵미사일 발사도 ‘도발’이나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는 표현을 최대한 삼가는 무조건적 대북 관여만을 주장하는데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3월 대선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새로 등장하는 한국 정부가 대북 정책을 철저히 재검토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모호한 개념을 제거한 북한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 미국 정책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우선시하는 이해를 충족해 주는 주고받기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