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로보택시' 상용화가 굼뜬 진짜 이유
“초보(운전자)보다 훨씬 낫죠?”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알파돔타워 정문에는 8차선 도로가 있다. 이곳을 자율주행 택시 한 대가 안방처럼 누빈다. 주먹만 한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를 매단 자율주행차는 좌회전·우회전·가속 등에 무리가 없다. 차량을 운행하는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틈새를 파고드는 운전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운행 구간 동안 핸들에 손을 대는 일은 마지막 정차 때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보택시 사업이 열기를 띠고 있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등의 기술 진보가 동력이다. 하지만 성취의 환호성보다 ‘한숨’ 소리가 더 자주 나오는 게 요즘 업계의 현실이다. 면허 문제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유상 운송 면허가 없다. 돈 받고 택시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언제 할지도 가늠할 수가 없다. 다음달 운행을 목표로 추진되는 현대자동차의 강남구 로보택시 사업도 마찬가지다. 모두 원하는 곳에서 승하차하는 ‘구역형’ 로보택시 운행이 목표다. 여기엔 국토교통부 장관 허가가 필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허가권을 쥐고 있는 노선형과는 게임이 다르다.

이 지점이 업계가 ‘진짜 리스크’라고 부르는 구간의 시작이다. 미래를 예측하기가 힘들어서다. 면허 발급 가능성을 타진할 때마다 부처는 “안전성 등을 고려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눈치를 모를 일 없는 업체들 역시 신청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기약 없는 상황은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혁신 기술은 정착 과정에서 종종 논란과 갈등이 동반된다. ‘주객’이 전도된 규제도 물론이다. 1865년 영국에서도 그랬다. 당시 ‘붉은 깃발법’으로 규제받았던 증기 트랙터는 폭이 3m에 가까워 길을 다 차지했고, 작동 시 나는 소음 또한 엄청났다. 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비난 여론은 그럴듯했다. 규제의 명분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마부들 일자리가 있었다. 결국 조수가 붉은 깃발을 들고 그 뒤를 조수보다 더 느린 속도로 트랙터가 쫓아가게 한 희대의 법은 그렇게 탄생했다. 영국이 미국과 독일에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빼앗긴 계기다.

로보택시에도 안전성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외면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택시업계가 무서워 서비스를 로보택시라고 부르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강조하는 ‘각종 요소’의 이면엔 택시업계가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 ‘붉은 깃발법’이 자주 회자되는 배경이다. 기술 진보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면 대안도, 타협도 나올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