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유럽 안보지도 재편을 노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순순히 물러날 가능성이 낮고, 미국 등 서방 국가도 푸틴의 야욕에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선 마당이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원유의 12%, 천연가스의 25%를 생산하고,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국제사회 제재로 에너지 공급과 곡물 수출이 틀어막히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 정유·철강·자동차·조선·항공 등 국내 주력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공급망 파동으로 원자재 값이 급등한 마당에 달러화 강세까지 겹쳐 무역수지는 3개월째 적자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전망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에다 물가 급등, 소비 위축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마저 밀려온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주요 기업들도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과 EU, 일본 등이 속속 러시아 제재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더 이상 미온적으로 대처할 처지가 아니다.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국내 경제 파장 최소화에 주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탈원전 외곬 등 기존 정책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전쟁 장기화 땐 적극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할 텐데, 대통령선거가 아무리 급해도 퍼주기식 포퓰리즘 일변도 공약으로 인플레를 부채질할 때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대국들 간 진영 대결 양상을 띠면서 ‘신(新)냉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북한·중국·러시아가 가까워지고, 이를 뒷배 삼아 북한이 도발에 나설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외교·안보의 중대 위험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어떤 복안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모든 익숙한 것을 새로 검토하고, 더 큰 파장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