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년 넘게 ‘일괄 5000만원’인 예금보호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은행이나 소규모 저축은행이나 똑같은 것도 문제지만, 예금 자산이 5배나 늘어났는데도 보호 한도가 그대로인 것을 보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 대비로 보는 국제 비교에서도 국내 한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한도 확대에 따른 문제점만 보면 예금보험을 그냥 두는 게 쉬운 결정일 수 있다. 예금자보호 제도를 바꾸면 예금보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일차적으로 금융회사가 지고, 곧바로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예금보험공사를 내세운 정부의 지급보증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소규모 금융회사로 하여금 건전성보다 ‘고위험 돈장사’에 나서도록 부채질할 개연성도 있다. 그런 핑계로, 또 당장 다급한 문제는 아니라며 필요한 대응을 미루기만 하면 언젠가 해야 할 숙제를 쌓아가는 것일 뿐이다. 1억원 정도로 적정 한도를 모색하되, 예상되는 부작용은 감독정책에서 운용의 묘로 최소화할 수 있다. 금융권별 차별화, 상품별로 한도 세분화 같은 방법도 있다.

차제에 정부가 커진 경제 규모를 반영해 함께 볼 ‘5000만원 한도 기준’이 더 있다. 대표적인 게 증여세 면세 기준이다. 증여세 면세도 8년째 5000만원 그대로다. 그사이 커진 경제, 특히 베이비부머 등 고령층 자산이 젊은 세대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 증여·상속세 문제는 이제 중산층에도 큰 관심사가 됐다. 경제·사회 여건 변화를 반영해 이 기준을 올리면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성인 자녀의 결혼, 첫 주택 구입, 아이 출산 때에 맞춰 각각 3000만~5000만원 등으로 추가 면세 증여가 가능하면 저출산 해결에도 일조할 수 있다. 미국은 증여세 면제 한도가 2010년부터 꾸준히 올라 1170만달러(약 142억원)에 달한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도 5000만원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지난해 올린 게 이 정도다.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고 창업을 유도하려면 이 기준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 2000만원인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2023년부터 500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2년 전 결정을 돌아보면 사회적으로 큰 무리가 없었다. 세 부담은 줄이되 경기를 살려 세원을 넓혀나간다면 모두 어려울 게 없다. 증여세나 벤처 스톡옵션 면세 확대로 세수가 표시날 정도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경제 규모를 반영하는 유연한 행정’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예금보호 한도 늘리기나 면세 기준 올리기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