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진 속에 스마트폰 시스템 앱 기능 문제 등 악재가 겹친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가 어제 열렸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이사 선임 반대가 일찌감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관련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돼 관심의 초점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가 적정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주총을 대별해 보면, 소액주주들의 노태문 사내이사 선임 반대는 시스템 앱 논란의 책임을 묻는 것인 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 중인 사안이어서 문제를 제기할 만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경계현·박학규 사내이사 선임 반대는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했을 뿐이다. 두 감사위원 후보는 “(이런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확히 어떤 사안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관련 수사 및 재판 때 삼성전자나 계열사 임원이었던 점을 문제 삼았거나, 급식업체 웰스토리의 일감 몰아주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금이 917조원에 이르는 세계 2위 국민연금이 주주가 500만 명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주총에서 이렇게 억측만 무성한 주주권 행사를 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의결권 행사 기준도 일관성을 잃고 있다. 삼성전자 김종훈 후보(감사위원)는 작년 주총 때 국민연금이 찬성한 인사였고, 네이버 주총(14일)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한 이사 보수 한도도 작년엔 찬성표를 던진 것과 똑같은 금액이었다. 의결권 지침이 일부 강화된 탓이긴 해도, 경영계 혼란은 상상 이상이다.

이렇다 보니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주문한 정치권과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국민연금이 ‘보여주기식 반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그에 따른 역풍은 실로 만만찮다. 국내 연기금은 물론, 해외 국부펀드가 국민연금의 판단을 벤치마크로 삼거나 동조해 주가가 하락하면 누가 책임지고, 누가 보상할 것인가.

국민연금이 그동안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작년만 해도 총 의결권 행사 3378건 중 ‘반대’가 549건(16%)에 달했다. 올 들어선 우리금융지주(1월 27일), 대우건설·에스앤티홀딩스(2월 28일)에 이어 오늘 삼성SDI·효성화학 주총에서 이사 선임 반대를 예고하고 있다. ‘주총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것은 과거 편견일 뿐이다. 그저 반대했다는 기록을 남기는 데 급급한 주주권 행사라면 무책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