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헌정질서 파괴 불러올 '검수완박' 입법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 입법을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다. 입법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마저 없애는 게 골자다. “개인의 생명, 재산,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검수완박 입법의 위헌성 여부가 뜨거운 쟁점이다. 검찰에서는 수사권 박탈은 헌법 제12조 3항 및 제16조를 들어 위헌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헌법은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검찰의 수사권 박탈은 위헌이 아니라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의 헌법 해석은 옳지 않다.

법 집행에서 중요한 건 기소와 관련된 검사의 판단이다. 이 판단에는 고도의 수많은 명시·암묵적 지식이 요구되고 기소 성공은 수사의 질적 성격과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에 좌우된다. 그런데 검사의 수사권이 박탈되면 범죄 수사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경찰이 독점하고 검사는 사건 현장에 갈 기회조차 없는 상태에서 경찰이 수사한 기록만 보고 기소를 판단하게 될 뿐이다.

기소 및 공소 유지의 성공이야말로 검사가 추구하는 최고 덕목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경찰의 수사와 팩트 발견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 검사가 기소에 필요한 팩트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 드는 비용(거래비용)이 매우 커진다. 경찰이 불충분하게 수사하거나 증거가 부족하면 검사는 기껏해야 서류를 통해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등 사건은 검찰과 경찰 사이에 이송이 반복될 뿐이다. 검사가 기소 성공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힘없는 서민은 사건의 장기화뿐만 아니라 피해구제도 제대로 못받고 힘없는 피의자의 인권은 짓밟힌다. 요컨대 ‘국민의 생명, 재산, 자유’를 보호할 수 없다. 하지만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에겐 자유를 준다.

검사가 수사의 주체가 되는 사회에서는 사정이 전적으로 다르다. 필요할 때 직접 현장에 나가거나 수사를 지휘해 실체적 진실에 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문서를 통해 보완 수사를 요구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거래비용이 제로다. 검사가 수사 주체이기에 사실관계를 파악해 법정에서 변호사와 판사 앞에 법리 공방으로 공소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힘없는 피해자와 피의자, 국민의 인권 보호에 유리한 이유다. 검수완박 입법은 진실을 찾으려는 검사의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규제일 뿐이다.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요컨대 관련 헌법 조항은 그런 내용의 함축에 불과하다.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이 검사에게 부여한 ‘불문법적 권리(unwritten right)’다. 그래서 그 박탈 여부는 헌법에 물어봐야 할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의 권력 집중을 이유로 검사의 수사권을 반대한다. 그러나 검사의 수사권은 거래비용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거래비용 절약을 이유로 기업의 수직적 결합을 정당화하듯이 말이다. 사법경찰의 수사에 대한 개입 권한을 보유하면서 수사 전반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고 모든 개인의 인권을 지켜준다. 바로 그런 시스템이 세계적으로도 보편화된 이유다. 검수완박이 영미를 비롯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민주당 주장은 좌파의 정치적 기만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비행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70여 년 동안 자유와 생명, 재산을 지켜온 공식·비공식의 복잡한 규칙 시스템을 버리고 검수완박 입법으로 교체하려는 건 사회주의적 계획 사상의 망령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입법은 집 없는 서민을 울리고 개인의 재산과 자유를 짓밟는 등 처절한 실패로 끝난 문재인 정권의 주택정책과 똑같이 실패가 예정돼 있다.

검수완박 입법은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대장동 비리, 울산 부정선거 등 현 집권 세력의 범죄 수사를 막으려는 자기 방패용 입법일 뿐이다. 개인의 생명, 재산,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건 좌파의 위선이다. 법치의 핵심인 헌법 제11조의 법 앞의 평등을 위반한 위헌 입법이 아닐 수 없다.

헌법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에서 다수가 정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법이 된다는 악습으로부터 나온 위헌 입법에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주저하는 모습을 본다는 건 비극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