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령보다 더 규제적인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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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 등 비법령 규준
기업경영에 더 족쇄로 작용
새 정부, 실질적 규제완화해야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기업경영에 더 족쇄로 작용
새 정부, 실질적 규제완화해야
손성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기업이 경영 활동을 수행하면서 지켜야 하는 표준에는 법이나 시행령에서 의무화한 경성법(hard law)이 있고, 기관이나 단체가 마련한 규준 차원에서 요구하는 연성법(soft law)이 있다.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범법하는 것이지만 규준의 경우도 기관투자가에 의한 스튜어드십이 강화되는 최근의 추세를 보면 이 또한 권장 사항이기는 하지만 준수하지 않음에 따르는 상당한 부담이 있다. 그 한 가지 예를 들자.
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모범 규준 개정안에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관련 내부 규정의 정립을 요구하고 있고, 또 최근에 공개된 금융위원회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보면 CEO 승계 방안의 주요 내용을 명확히 기재하는 경우에만 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못 박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법규 차원은 아니지만 정부기관의 가이드라인은 결국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고 CEO 선임은 최대주주의 인사권 영역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적법한 절차가 있다고 해도 이런 의사결정 과정은 결국 최대주주의 선택을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업무 정도만 하게 된다.
물론, 금융지주 등은 개인 최대주주가 없으므로 이사회가 차기 CEO 선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SK가 최근에 와서 이사회가 CEO에 대한 평가권과 인사권을 가지도록 하겠다는 최대주주의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나머지 기업의 경우,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어떠한 내용을 형식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최대주주가 CEO를 낙점하는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이를 이사회라는 시스템의 의사결정으로 대체하라고 하면 최대주주는 주주권에 대한 침해로 이해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 방향이 현실과 괴리돼 있는 것이다. 물론 규준 등은 법이 아니므로 기업 경영이 수행돼야 하는 방향성을 권면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도 법에서는 1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규준에서는 회계 및 재무 전문가를 분리 선임의 대상으로 정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법에서는 감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감사위원회 모범 규준에서는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법은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장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규준은 회계 및 재무 전문가가 감사위원장을 맡도록 권하고 있다. 규준이 법보다 전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규준이 법과 동일하다면 규준은 존재 가치를 잃는다.
단 규준이나 가이드라인이 가능하지 않은 것을 요구할 때, 기업은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론 및 원칙만 가지고 탁상에서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업과 실무에 기초해야 한다. 한 경제부처 정부 고위 관리가 기업에 관여하면서 “나도 정부에 있었고 대표이사에게 묻는 책임이 가중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대표이사가 모두 책임지라고 하는 것인지 과하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기도 한다.
새 정부는 친기업은 아니더라도 경영활동에 과도한 규제로 인식되는 정부의 간섭이나 감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정책을 입안·운용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정부, 기관 및 단체들이 가이드라인, 규준 등을 작성할 때 너무 이상론에만 매몰돼 공염불에 그치는 비현실적인 주장만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경영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실현 가능하지 않은 요구보다는 나아가는 방향을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해가는 것이 한 대안이며 이러한 혜안을 갖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의 ESG 모범 규준 개정안에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관련 내부 규정의 정립을 요구하고 있고, 또 최근에 공개된 금융위원회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보면 CEO 승계 방안의 주요 내용을 명확히 기재하는 경우에만 원칙을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못 박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법규 차원은 아니지만 정부기관의 가이드라인은 결국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고 CEO 선임은 최대주주의 인사권 영역이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적법한 절차가 있다고 해도 이런 의사결정 과정은 결국 최대주주의 선택을 행정적으로 처리하는 업무 정도만 하게 된다.
물론, 금융지주 등은 개인 최대주주가 없으므로 이사회가 차기 CEO 선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SK가 최근에 와서 이사회가 CEO에 대한 평가권과 인사권을 가지도록 하겠다는 최대주주의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나머지 기업의 경우,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어떠한 내용을 형식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최대주주가 CEO를 낙점하는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이를 이사회라는 시스템의 의사결정으로 대체하라고 하면 최대주주는 주주권에 대한 침해로 이해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 방향이 현실과 괴리돼 있는 것이다. 물론 규준 등은 법이 아니므로 기업 경영이 수행돼야 하는 방향성을 권면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도 법에서는 1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규준에서는 회계 및 재무 전문가를 분리 선임의 대상으로 정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법에서는 감사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강제하고 있지만 감사위원회 모범 규준에서는 감사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법은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장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규준은 회계 및 재무 전문가가 감사위원장을 맡도록 권하고 있다. 규준이 법보다 전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규준이 법과 동일하다면 규준은 존재 가치를 잃는다.
단 규준이나 가이드라인이 가능하지 않은 것을 요구할 때, 기업은 여러 가지 편법을 동원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론 및 원칙만 가지고 탁상에서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업과 실무에 기초해야 한다. 한 경제부처 정부 고위 관리가 기업에 관여하면서 “나도 정부에 있었고 대표이사에게 묻는 책임이 가중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대표이사가 모두 책임지라고 하는 것인지 과하다”고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기도 한다.
새 정부는 친기업은 아니더라도 경영활동에 과도한 규제로 인식되는 정부의 간섭이나 감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정책을 입안·운용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정부, 기관 및 단체들이 가이드라인, 규준 등을 작성할 때 너무 이상론에만 매몰돼 공염불에 그치는 비현실적인 주장만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경영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실현 가능하지 않은 요구보다는 나아가는 방향을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해가는 것이 한 대안이며 이러한 혜안을 갖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