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 정부, '슘페터의 저주' 떨쳐내길
2022년은 세계 지성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우리 시대 최고의 경제학자’라고 극찬한 조지프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가 출판 80주년을 맞은 해이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함께 세계 3대 경제서로 꼽히는 책에서 슘페터는 기존의 정태적 경제발전 이론과 대비되는 동태적 경제발전 이론을 제시했다. 혁신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설명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험을 감내하는 기업인을 혁신과 이를 통해 일어나는 창조적 파괴의 주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시장경제의 미래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슘페터는 자본주의가 쇠퇴하고 사회주의가 득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쇠락의 주역은 비판적 지식인들이다. 현실 경제 경험은 일천하지만 빼어난 언변의 소유자인 이들은 사회가 풍요로워지고 학문 활동이 활성화하면서 대거 등장한다. 소수의 성공한 기업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대중의 정서를 사로잡는다. 여론의 흐름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조세, 복지, 그리고 규제 악법을 양산하게 한다. 민간 부문의 자율성을 옥죄고 기업가 정신을 억누르도록 부추긴다.

그렇지만 미국의 경우 슘페터의 저주는 빗나갔다. 비판을 무릅쓰고 경제 악법과 맞선 대통령들의 정책 혁신 리더십 때문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세제 개편을 단행했다. 1981년 8월과 1986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물가연동 세제를 도입하고 소득세 한계세율을 하향 조정했다. 위축됐던 근로의욕을 되살렸다. 법인세율을 크게 낮추고 기업 비용에 대한 세금 감면 폭을 확대했다.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실시한 개혁은 끝이 안 보이던 스태그플레이션에 종지부를 찍었다.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고강도 반(反)인플레이션 정책 와중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달성하는 데 일조했다. 레이건 집권 이전 8년 동안 연평균 2.7%에 머물렀던 경제성장률은 8년 임기 동안 연평균 3.6%로 뛰어올랐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복지 개혁을 시행했다. 1996년 8월 개인 책임 및 노동 기회 조정법(PRWORA)에 서명했다. ‘빈곤층을 사지로 내몬다’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복지 제도를 리모델링했다. 조건부 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근로 의무를 충족해야만 일정 기간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국민 우선주의를 적용했다. 불법 이민자와 비(非)시민권자에 대해 보충적 소득보장제도를 비롯한 지원을 제한했다. 정책 쇄신은 과도한 복지가 되레 빈곤을 심화하는 ‘복지의 역설’ 현상을 완화시켰다. 1996년에서 2000년 사이 복지 수혜자 수는 절반 넘게 줄었지만 빈곤율은 13.7%에서 11.3%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 혁파를 이끌었다. 모든 정부 기관 내에 규제 감시 전담 부처를 설치하도록 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규제를 없애도록 했다. 규제 하나를 도입할 경우 기존 규제 두 개를 철폐하도록 했다. “이번에도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비아냥 속에 실시된 조치들은 고용 혁명을 일궈냈다. 코로나19가 미국 본토를 강타하기 직전인 2019년 4분기 일자리가 약 670만 개 늘었다. 실업률은 3.5%로 낮아졌다. 50년 만의 최저 수준이었다.

미국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시장경제의 황무지에 한강의 기적 초석을 놓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6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 경제는 일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징벌적 조세제도, 흥청망청 ‘묻지마식 복지’, ‘반기업 정서’와 관료적 편의주의 산물인 ‘규제 악법’의 무게에 신음하고 있다.《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의 지적과 같이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책 및 제도 환경 조성이 필수적인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감한 정책 혁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를, 슘페터의 저주를 떨쳐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