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차별금지법,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민주당, 입법 강행 예고
각론에 각종 논란 불씨 가득
'동성애' 등에 종교계·보수층 반발
고용·재화·용역 등에도 적용…
사적 자치 침해 가능성 우려
피상적 여론조사론 한계…
공론장서 이견 좁혀야
서화동 논설위원
각론에 각종 논란 불씨 가득
'동성애' 등에 종교계·보수층 반발
고용·재화·용역 등에도 적용…
사적 자치 침해 가능성 우려
피상적 여론조사론 한계…
공론장서 이견 좁혀야
서화동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개정에 이어 또 한 번의 거대한 회오리를 예고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15년 전 평등법 논의가 시작됐지만 부끄럽게도 그동안 국회는 법 제정에 한 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했다”며 “평등법 제정 논의를 힘차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입법을 시도한 이후 논란을 거듭해온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을 21대 국회에서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4건이다. 200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민주당 권인숙, 이상민, 박주민 의원도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헌법이 보장한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차별을 금지하자는데 왜 논란이 분분할까. 일견 아름답게 보이는 법안의 이름 및 취지와 달리 법 조문에는 여러 가지 논쟁적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먼저 법안이 다루는 차별의 범위다. ‘포괄적’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이 법은 차별의 사유를 최대한 폭넓게 규정한다. 박 의원안의 경우 금지하는 차별 사유가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등 21가지나 된다.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다양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포괄법은 불필요하다는 반대론이 나오는 이유다. 과잉 중복 규제라는 얘기다.
개별 법들에선 차별 사유의 심각성에 따라 제재 정도와 수위가 다른데, 포괄적 금지법은 모든 차별에 대해 획일적 금지와 제재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개별 법이 모든 차별을 다 막아줄 수 없으므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우산’ 같은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찬반 대립이 가장 심하고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성별의 개념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다. 개신교,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와 보수층의 반대가 워낙 심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법안은 성별을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이라고 정의한다. 남녀 외에 제3의 성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개인의 존엄과 남녀 양성평등을 기초로 국가의 혼인과 가족 보장의무’를 선언한 헌법 제36조와 어긋나게 된다. 양성평등기본법, 주민등록법 등 양성을 기초로 한 현행 법체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장 의원 법안은 성별 정체성을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혹은 표현’이라고 규정했다. ‘젠더 표현’을 차별금지 사유로 인정할 경우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젠더 표현도 존중해야 하므로 ‘남성 성기를 가진 법적 여성’이 등장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성적 지향이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감정적·호의적·성적으로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이다. 성적 지향의 개념이 불확정적이므로 소아성애, 다자성애 등 온갖 일탈적 취향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과 이용 등에도 이 법이 적용돼 사인 간의 법률관계도 규제하게 된다. 모집·채용 공고 때 차별 표현 행위가 금지되므로 ‘대졸 공개채용’은 학력 차별이 될 수 있다. 토지·시설물 등에 대한 접근, 이용, 임대, 매매를 제한·거부해서는 안 되므로 세입자나 손님을 주인 임의로 받을 수 없게 된다. 사적 자치의 원리가 침해받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입증 책임, 차별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중복과잉 처벌, 학문·사상·종교·양심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 등 숱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압도적 의석수를 무기로 밀어붙이면 엄청난 갈등을 불러올 게 뻔하다. 차별을 금지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성별, 장애, 성적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며 의견을 물은 결과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7%였다. 반면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재작년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음을 알려주고 여론조사한 결과 포괄적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8%에 그쳤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대체로 찬성파다. 민주당 내에서도 기독교인들의 견해는 엇갈릴 수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힘으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론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공론장에서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 차별을 금지하려다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은 4건이다. 2000년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민주당 권인숙, 이상민, 박주민 의원도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헌법이 보장한 평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각종 차별을 금지하자는데 왜 논란이 분분할까. 일견 아름답게 보이는 법안의 이름 및 취지와 달리 법 조문에는 여러 가지 논쟁적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먼저 법안이 다루는 차별의 범위다. ‘포괄적’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이 법은 차별의 사유를 최대한 폭넓게 규정한다. 박 의원안의 경우 금지하는 차별 사유가 성별, 장애, 병력(病歷), 나이, 출신 국가, 인종, 피부색,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 형태 등 21가지나 된다.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다양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포괄법은 불필요하다는 반대론이 나오는 이유다. 과잉 중복 규제라는 얘기다.
개별 법들에선 차별 사유의 심각성에 따라 제재 정도와 수위가 다른데, 포괄적 금지법은 모든 차별에 대해 획일적 금지와 제재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개별 법이 모든 차별을 다 막아줄 수 없으므로 차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우산’ 같은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찬반 대립이 가장 심하고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성별의 개념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다. 개신교,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와 보수층의 반대가 워낙 심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법안은 성별을 ‘여성, 남성, 그 외에 분류할 수 없는 성’이라고 정의한다. 남녀 외에 제3의 성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개인의 존엄과 남녀 양성평등을 기초로 국가의 혼인과 가족 보장의무’를 선언한 헌법 제36조와 어긋나게 된다. 양성평등기본법, 주민등록법 등 양성을 기초로 한 현행 법체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장 의원 법안은 성별 정체성을 ‘자신의 성별에 관한 인식 혹은 표현’이라고 규정했다. ‘젠더 표현’을 차별금지 사유로 인정할 경우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젠더 표현도 존중해야 하므로 ‘남성 성기를 가진 법적 여성’이 등장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성적 지향이란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감정적·호의적·성적으로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이다. 성적 지향의 개념이 불확정적이므로 소아성애, 다자성애 등 온갖 일탈적 취향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과 이용 등에도 이 법이 적용돼 사인 간의 법률관계도 규제하게 된다. 모집·채용 공고 때 차별 표현 행위가 금지되므로 ‘대졸 공개채용’은 학력 차별이 될 수 있다. 토지·시설물 등에 대한 접근, 이용, 임대, 매매를 제한·거부해서는 안 되므로 세입자나 손님을 주인 임의로 받을 수 없게 된다. 사적 자치의 원리가 침해받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입증 책임, 차별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중복과잉 처벌, 학문·사상·종교·양심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 등 숱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압도적 의석수를 무기로 밀어붙이면 엄청난 갈등을 불러올 게 뻔하다. 차별을 금지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3~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성별, 장애, 성적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며 의견을 물은 결과 ‘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7%였다. 반면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재작년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음을 알려주고 여론조사한 결과 포괄적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8%에 그쳤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대체로 찬성파다. 민주당 내에서도 기독교인들의 견해는 엇갈릴 수 있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 힘으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론을 조목조목 따져보고 공론장에서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 차별을 금지하려다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