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혁 가로막는 칸막이 정부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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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기관, 제각각 통계 구축
통계청 데이터 활용도 떨어져
'데이터 컨트롤타워' 설치해야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통계청 데이터 활용도 떨어져
'데이터 컨트롤타워' 설치해야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새로이 들어선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는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구축 및 디지털 혁신 가속화’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주요 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이 모두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기술들이다. 데이터가 빈약하면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절대 앞서갈 수 없다. 국가든 기업이든 데이터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 살고 있다. 20세기가 원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데이터의 시대다. 데이터는 디지털 시대의 원유지만 꿰어야 보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분산형 통계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 승인 통계는 1276종으로 방대하나 431개 작성 기관에서 생산하고 있다. 작성 기관 간에 데이터베이스로 연동된 ‘연계 통계’는 1종도 없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통계법에 의해 국가통계의 승인 및 조정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권한이 미약해 직접 생산하는 66종만 제대로 관리하고 나머지 통계는 부처별로 제각각 운영된다. 이런 상황이라 방대한 행정 데이터들이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태라면 효과적인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연금 개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개인·가구별 연금 수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포괄적 연금 통계’는 어느 부처에도 없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개인연금은 국세청, 주택연금은 금융위원회 등 연금 종류에 따라 담당하는 부처가 제각각이고, 상호 연계가 안 되다 보니 한 고령자 가구가 각종 연금을 합쳐 한 달에 얼마나 받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이런 깜깜이 정보로 어떻게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 연금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고령층 소득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고령층 소득은 국세청 소득자료,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자료, 복지부 복지 통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 등이 연계돼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나 부처 간 칸막이가 심해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인구절벽, 탄소중립,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등에 대한 포괄적 연계 통계 작성에도 애로 사항이 많다.
이런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려면 소위 ‘데이터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최선의 방법은 기재부 외청으로 있는 통계청을 ‘통계데이터처’(가칭)로 조직을 개편해 모든 부처를 관장할 수 있는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옮기는 것이다. 경제 통계가 가장 중요한 과거에는 기재부가 적절했으나, 지금은 보건, 농림수산, 과학기술, 교육문화, 환경 등의 통계가 모두 중요한 시대다. 통계청이 생산하는 66종의 통계 중에도 단 20개만이 경제 통계다.
외국에서도 국가통계를 통합 관리하는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영국은 의회, 아일랜드는 국무총리 산하에 중앙 통계기관을 운영 중이고, 프랑스는 총리실 산하에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임명직을 두고 부처별로 산재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면서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창출하고 있다.
지구촌에서도 데이터산업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 기반 디지털 교역이 통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상품 기획, 연구개발, 유통, 마케팅 등 타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개인정보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게 세계 데이터 교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데이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의 필수적인 인프라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분산형 통계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 승인 통계는 1276종으로 방대하나 431개 작성 기관에서 생산하고 있다. 작성 기관 간에 데이터베이스로 연동된 ‘연계 통계’는 1종도 없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통계법에 의해 국가통계의 승인 및 조정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권한이 미약해 직접 생산하는 66종만 제대로 관리하고 나머지 통계는 부처별로 제각각 운영된다. 이런 상황이라 방대한 행정 데이터들이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태라면 효과적인 디지털 플랫폼 구축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연금 개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개인·가구별 연금 수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포괄적 연금 통계’는 어느 부처에도 없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퇴직연금은 고용노동부, 개인연금은 국세청, 주택연금은 금융위원회 등 연금 종류에 따라 담당하는 부처가 제각각이고, 상호 연계가 안 되다 보니 한 고령자 가구가 각종 연금을 합쳐 한 달에 얼마나 받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이런 깜깜이 정보로 어떻게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 연금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고령층 소득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고령층 소득은 국세청 소득자료,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자료, 복지부 복지 통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 등이 연계돼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나 부처 간 칸막이가 심해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인구절벽, 탄소중립,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등에 대한 포괄적 연계 통계 작성에도 애로 사항이 많다.
이런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려면 소위 ‘데이터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최선의 방법은 기재부 외청으로 있는 통계청을 ‘통계데이터처’(가칭)로 조직을 개편해 모든 부처를 관장할 수 있는 국무총리실 직속으로 옮기는 것이다. 경제 통계가 가장 중요한 과거에는 기재부가 적절했으나, 지금은 보건, 농림수산, 과학기술, 교육문화, 환경 등의 통계가 모두 중요한 시대다. 통계청이 생산하는 66종의 통계 중에도 단 20개만이 경제 통계다.
외국에서도 국가통계를 통합 관리하는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영국은 의회, 아일랜드는 국무총리 산하에 중앙 통계기관을 운영 중이고, 프랑스는 총리실 산하에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임명직을 두고 부처별로 산재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면서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창출하고 있다.
지구촌에서도 데이터산업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 기반 디지털 교역이 통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상품 기획, 연구개발, 유통, 마케팅 등 타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개인정보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게 세계 데이터 교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데이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는 새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의 필수적인 인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