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할 것이라는 ‘깜짝 뉴스’를 백악관이 공식 부인했다. 지난 3주간 한국 정치권과 외교가를 달군 핫이슈를 브리핑을 통해 “면담 예정이 없다”고 직격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백악관은 구 여권이 세게 군불을 지핀 ‘문재인 대북특사설’에 대해서도 “어떤 논의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갖은 해석과 억측을 낳은 미국 현직 대통령과 한국 전직 대통령의 만남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는 모습이다. 양측 간 조율 무산이나 커뮤니케이션 실수라며 넘겨버릴 수 있겠지만 지난 3주간의 전개 과정을 보면 뒷맛이 영 씁쓸하다. 양측 회동은 정권교체 전인 지난달 28일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으로 처음 알려졌다. 당시 ‘감사와 우정의 차원’이라더니 구 여권 인사들은 점점 자의적 해석을 덧붙이며 과대포장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새 정부의 정치 보복에 대한 안전장치” “대북특사 제안이 아니라면 왜 만나겠느냐”는 위험한 주장을 쏟아냈다. “특사 파견을 두고 새 정부와 교감이 있었다”는 확신에 찬 발언까지 등장했다. 5년 내내 근거 없는 장밋빛 기대에 빠져 ‘북 핵무기세트 완성’의 특급 도우미가 되고서도 여전히 한탕주의적 대북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가 뚜렷했다.

언론 공개로 회동을 기정사실화하는 얄팍한 술수라는 의구심이 불가피하다. 우방 정상을 상대로 국내 정치하듯 힘겨루기를 했다면 참으로 낯부끄러운 일이다. 회동 무산 뒤 보이는 태도는 더욱 부적절하다. “미국이 먼저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진실 공방을 벌이려는 모습이다. “미국 측에서 정확히 답변해야 할 것 같다”는 요구도 나왔다. 자신들의 체면을 고려한 추가 설명을 내놓으라는 무례로 비칠 개연성이 높다.

북한의 핵실험 재개 우려가 치솟은 상황에서 퇴임 정부의 독단적 행보는 자칫 대북정책 전반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대북 특사의 순수한 의지가 있다면 정부에 뜻을 전달하고 판단과 선택을 일임하는 것이 순리다. 새 정부와 무관하게 미국 또는 북한과의 이중 삼중 채널을 만들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파적 자세는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