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해묵은 ‘민영화 대 반(反)민영화’란 프레임을 꺼내 국민을 또 한 번 갈라치기하려는 야당 시도는 개탄스럽다. 공기업 민영화를 국가 자산 해외 매각이나 재벌 나눠먹기, 요금 인상, 노조 탄압 문제로 치환해 기존 민주당 지지자들을 넘어 진보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읽히기 때문이다. 혹여 선거에 악재가 될까봐 “민영화 이야기는 꺼낸 적도 없다”(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며 손사래를 치는 여당 모습도 안타깝다. 그러기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전임 문재인 정부 5년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는 583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또 갈아치웠다. 한국전력은 올 들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경영 효율을 무시한 채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 사업에 동원된 탓이 크지만 공공 부문의 방만함과 비효율이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온다.
공기업 수술은 공공부문 개혁의 첫걸음이고, 민영화는 공공부문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 처방이다. 독일은 통독 이후 1990년대부터 동독 국영기업 1만5000여 개를 민영화하는 동시에 철도, 우편 등 공공 서비스 부문을 민간에 개방했다. 이 중 철도는 국가가 소유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이 결과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성과 서비스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민간 위탁이나 민영화를 통해 수익을 개선하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린 사례는 넘칠 정도다. 국내 전기, 철도, 공항 등도 민영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각에선 전력사업을 민영화하면 전기요금을 득달같이 올릴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전 적자도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고 있다. 민영화를 악마화하는 프레임에 여당조차 끌려들어가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