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8발의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쐈다.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미사일이니 남한에 대한 위협이 분명하다.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규탄했지만 ‘대화 촉구’ 외의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5년 내내 굴종으로 일관한 결과 감당 못할 사태를 맞게 됐다는 무력감과 함께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이전 현충일 장면들을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의 비굴한 대북정책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작년 현충일 대통령 추도사에는 ‘6·25’와 ‘북한’이라는 단어가 실종됐다. 6·25전쟁 70주년이던 재작년엔 국가보훈처가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남한이냐 북한이냐’고 묻는 어이없는 설문조사를 돌리기도 했다.

끝없는 눈치보기는 천안함·연평도 희생자들을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문 전 대통령은 폭침 주범(김영철)을 국빈급으로 환대하고,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 명단에서 천안함·연평도 유족을 제외하기도 했다. 임기 말에는 ‘천안함 막말’을 한 인사를 독립기념관 감사로 지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는 유족들 목소리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외면 사태를 접하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1994년 조창호 소위의 탈북을 계기로 국군포로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정부 차원의 송환 노력은 거의 전무했다. 자력 귀환자들이 “40년 넘는 북에서의 강제 노역보다 조국의 무관심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울부짖었을 정도다. 순직 장병 홀대도 기막히다. 2018년 해병대 기동헬기 ‘마린온’ 추락사고 당시 대통령은 사고 3일째가 돼서야 애도의 뜻을 밝혔다. 선진국에선 포로·납북자 송환, 순직 장병 추모가 언제나 최우선이다. 일본은 ‘납치 문제가 대북외교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큼 치열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생환자는 물론이고 전사자의 귀환 때도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직접 맞이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 들어 변화가 감지된다.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3명이 참석한 것은 적잖은 진전이다. 종속과 눈치보기의 결과는 미사일과 핵이라는 사실을 문 정부 5년은 너무도 또렷이 보여줬다. 국민의 생명을 돌보지 않는데 유사시 ‘돌진 앞으로’ 명령이 먹힐 수는 없다. 논란도 적지 않은 5·18, 4·3 행사에 들이는 정성의 반만이라도 조국에 청춘을 바친 이들에게 쏟는 것이 국군통수권자의 최소한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