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대출금리인 시중금리가 빠른 속도로 치솟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차입자의 이자 부담은 공포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기 힘든 ‘고위험 가구’가 40만 가구에 달하고, 불어나는 원리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는 400만 명을 넘는다. ‘영끌 매수’의 주역인 30대 차주의 LTI(소득 대비 대출 비율)는 280%로 이자 폭탄을 감내하기 상당히 어렵게 됐다.
이런 판에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취약계층 차입자가 받을 충격의 최소화 노력이 시급하다. 금융당국은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치솟지 않도록 주시하면서 고금리 대출의 중금리 전환 등 금융 취약층을 위한 대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가계 부채 연착륙을 위한 은행 역할도 더없이 중요하다. 국내 은행은 금리 상승기에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보다 많이 올리며 손쉽게 수익을 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의 지난 1분기 이익은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가계 부실이 커지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안게 될 것이다. 이 위기에 은행 스스로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