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영혼 없는 공무원'을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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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니라 정권에 충성 강요 탓
국가적 위기엔 묵묵히 소임 수행
자율권 보장하고, 보상 늘려야"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국가적 위기엔 묵묵히 소임 수행
자율권 보장하고, 보상 늘려야"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새 정권이 출범하면서 공무원에 대한 불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조세 정의를 위해 법인세를 올리고 공시지가를 현실화해 종부세를 올리던 관료들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다시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로 정책을 전환했다. 공공기관은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중장기 계획을 또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맞춰 바꾸고 있다. 서해에서 북한에 의해 피격된 공무원이 월북하려고 했다고 주장한 국가 기관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사과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관료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혼 없는 관료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한탄이 5년마다 한 번씩 반복되고 있다. 공무원은 정권에 충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하는 것이 민주공화정의 원리다. 하지만 정치인은 공무원이 그들의 정치적 의지를 실현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저항하는 공무원은 공직을 떠나거나 침묵하며 지낼 수밖에 없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정치인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져 왔다.
그런데 여기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가족과 떨어지는 아픔을 감내하며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자신이 걸리면 소속 기관 전체 업무가 마비된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자신을 격리하는 생활을 했다. 그 결과 중앙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의 확진자 수는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낮았다. 모두가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칠 때 부처 공무원은 야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일 발생하는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무원이 없었다면 갑자기 마스크 대란이 해결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코로나 상황에서 성장과 배분은 더욱 악화했을 것이다. 일본이 반도체 관련 부품의 수출을 규제했을 때도,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공무원들은 역할을 잘 해왔다.
공무원의 승진 소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2019년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5급 사무관으로 입직해서 3급까지 승진하는 데 21년1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축적한 경험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누가 최선을 다해 일할까.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무원의 전문성을 위해 2~3년 이상 근무하도록 하고, 국·과장이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도록 하고,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발탁 인사도 늘려 승진을 촉진하려는 혁신을 시도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처의 자율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며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관료의 노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규제 개혁이 대표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 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원인을 공무원에게서만 찾을 수 없다. 공무원이 제대로 된 규제 개혁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양산하는 입법을 국회가 자제해야 했으며, 잘못된 규제는 과감히 풀 수 있는 입법을 지원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관료를 신뢰하지 못하고 과거 정권 사람과 이번 정권 사람으로 나누면 적지 않은 유능한 인재가 등용되지 못한다. 이는 관료 사회의 건전한 정책 경쟁마저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경쟁의 규칙도 능력에서 충성도로 바뀐다.
지역 활성화, 규제 개혁, 에너지 전환, 저출산·고령화 등 산적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젊은 관료를 발굴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국민이 관료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기계적 관료제의 논리 속에 갇혀 버릴 것이다. “혼내는 것을 교육으로 착각하지 마라.” 오은영 박사의 말이다. 관료 때리기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위한 변명’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혼 없는 관료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한탄이 5년마다 한 번씩 반복되고 있다. 공무원은 정권에 충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하는 것이 민주공화정의 원리다. 하지만 정치인은 공무원이 그들의 정치적 의지를 실현하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저항하는 공무원은 공직을 떠나거나 침묵하며 지낼 수밖에 없다. 영혼 없는 공무원은 정치인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져 왔다.
그런데 여기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가족과 떨어지는 아픔을 감내하며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는 자신이 걸리면 소속 기관 전체 업무가 마비된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자신을 격리하는 생활을 했다. 그 결과 중앙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의 확진자 수는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낮았다. 모두가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칠 때 부처 공무원은 야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매일 발생하는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무원이 없었다면 갑자기 마스크 대란이 해결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코로나 상황에서 성장과 배분은 더욱 악화했을 것이다. 일본이 반도체 관련 부품의 수출을 규제했을 때도,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을 때도 공무원들은 역할을 잘 해왔다.
공무원의 승진 소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2019년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5급 사무관으로 입직해서 3급까지 승진하는 데 21년1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축적한 경험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누가 최선을 다해 일할까.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공무원의 전문성을 위해 2~3년 이상 근무하도록 하고, 국·과장이 함께 일할 사람을 선발하도록 하고,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발탁 인사도 늘려 승진을 촉진하려는 혁신을 시도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처의 자율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며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물론 관료의 노력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 규제 개혁이 대표적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 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원인을 공무원에게서만 찾을 수 없다. 공무원이 제대로 된 규제 개혁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양산하는 입법을 국회가 자제해야 했으며, 잘못된 규제는 과감히 풀 수 있는 입법을 지원해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관료를 신뢰하지 못하고 과거 정권 사람과 이번 정권 사람으로 나누면 적지 않은 유능한 인재가 등용되지 못한다. 이는 관료 사회의 건전한 정책 경쟁마저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경쟁의 규칙도 능력에서 충성도로 바뀐다.
지역 활성화, 규제 개혁, 에너지 전환, 저출산·고령화 등 산적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젊은 관료를 발굴해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국민이 관료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기계적 관료제의 논리 속에 갇혀 버릴 것이다. “혼내는 것을 교육으로 착각하지 마라.” 오은영 박사의 말이다. 관료 때리기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위한 변명’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