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K스토리 발굴·기획·개발이 '콘텐츠 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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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의 콘텐츠 비하인드
콘퍼런스에서 만난 정보기술(IT) 기업의 임원이 농담을 던졌다. IT업계는 연구개발(R&D)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데 콘텐츠산업은 종이와 펜만 있으면 R&D를 할 수 있으니 부럽다는 것이다. 그럼 IT는 코딩을 위한 전기료만 있으면 되고, 디자인산업은 색연필만 있으면 R&D가 되겠다고 웃어넘겼던 기억이 난다. 웃자고 한 말에 뼈를 담은 농담으로 대꾸한 것은 콘텐츠와 R&D의 관계에 대한 깊은 오해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R&D를 인간·문화·사회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이를 응용하는 창조적인 활동으로 정의한다. 보다 쉽게 표현하면 R&D란 기초를 연구하고 그를 바탕으로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는 업무라고 이해해도 될 듯하다. R&D를 통해 기업은 기초 체력을 축적해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R&D에 매년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고,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하기에 핵심 산업의 R&D에 여러 혜택을 줘 권장하는 것이다.
콘텐츠산업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수익성이 높고, 고용 유발과 수출도 많을 뿐 아니라 우리 문화의 글로벌화를 통해 소비재 수출과 관광산업을 견인하며, 국가 브랜드 개선에도 기여한다. ‘오징어 게임’과 BTS 콘서트의 경제적 효과는 수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콘텐츠산업은 반도체, 배터리 등 다른 주요 산업과 달리 정책적 지원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반적 R&D의 통념에 콘텐츠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장 유연하고 창의적인 산업에 가장 딱딱한 잣대를 대는 것이다.
콘텐츠산업의 R&D는 두 가지가 있다. 콘텐츠는 스토리가 기술의 힘을 빌려 영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라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기술이 중요하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확장현실(XR) 같은 콘텐츠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 R&D가 필수적이다. 많은 콘텐츠 기업이 제작 기술 발전을 위해 R&D에 투자하고 있고 세제 지원도 일부 받고 있다.
하지만 ‘기생충’, ‘오징어 게임’, ‘헤어질 결심’ 같은 콘텐츠들이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은 우리 콘텐츠들이 사용한 기술이 최첨단이어서가 아니다. 세계에서 우리 콘텐츠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 스토리들이 특별해서다. 콘텐츠산업 또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R&D를 한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 개의 스토리를 기획하고 개발해야 한다. 열 개의 스토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스무 편의 웹툰, 소설을 구매해 각색하거나, 혹은 수많은 작가들이 리서치와 기획을 통해 아이디어를 만드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즉 작가와 감독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혁신적 상품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R&D 활동이 필수적이며, 이는 R&D의 정의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R&D 지원 체계는 제조업 기반으로 설계돼 콘텐츠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은 유형 자산과 기술 연구인력 등을 활용해 R&D를 추진하지만, 콘텐츠 R&D는 작가나 감독이 소설, 웹툰 같은 재료를 활용해 기획안이나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다. 콘텐츠 혁신은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창작 노동에서 나온다.
이제는 콘텐츠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아이템 발굴, 시나리오 개발, 파일럿 콘텐츠 제작비, 웹툰 등 재료 구입비 등이 콘텐츠 R&D 비용으로 인정받고 지원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많은 스토리가 개발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프랑스는 영화와 방송의 창작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시나리오 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캐나다도 스토리 창작, 기획, 시장조사 비용 등을 지원한다.
오늘 우리나라가 글로벌 콘텐츠 선진국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내일 더 높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산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우수 인재들을 유입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 기업은 지속적이고 과감히 R&D에 투자해야 하며, 이를 응원하기 위한 콘텐츠산업 맞춤형 R&D 지원도 절실하다.
이종민 CJ ENM IP개발센터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R&D를 인간·문화·사회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이를 응용하는 창조적인 활동으로 정의한다. 보다 쉽게 표현하면 R&D란 기초를 연구하고 그를 바탕으로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는 업무라고 이해해도 될 듯하다. R&D를 통해 기업은 기초 체력을 축적해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R&D에 매년 수십조원을 투자하고 있고,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하기에 핵심 산업의 R&D에 여러 혜택을 줘 권장하는 것이다.
콘텐츠산업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높은 산업이다. 수익성이 높고, 고용 유발과 수출도 많을 뿐 아니라 우리 문화의 글로벌화를 통해 소비재 수출과 관광산업을 견인하며, 국가 브랜드 개선에도 기여한다. ‘오징어 게임’과 BTS 콘서트의 경제적 효과는 수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콘텐츠산업은 반도체, 배터리 등 다른 주요 산업과 달리 정책적 지원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일반적 R&D의 통념에 콘텐츠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장 유연하고 창의적인 산업에 가장 딱딱한 잣대를 대는 것이다.
콘텐츠산업의 R&D는 두 가지가 있다. 콘텐츠는 스토리가 기술의 힘을 빌려 영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라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기술이 중요하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확장현실(XR) 같은 콘텐츠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 R&D가 필수적이다. 많은 콘텐츠 기업이 제작 기술 발전을 위해 R&D에 투자하고 있고 세제 지원도 일부 받고 있다.
하지만 ‘기생충’, ‘오징어 게임’, ‘헤어질 결심’ 같은 콘텐츠들이 전 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은 우리 콘텐츠들이 사용한 기술이 최첨단이어서가 아니다. 세계에서 우리 콘텐츠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 스토리들이 특별해서다. 콘텐츠산업 또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R&D를 한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 개의 스토리를 기획하고 개발해야 한다. 열 개의 스토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스무 편의 웹툰, 소설을 구매해 각색하거나, 혹은 수많은 작가들이 리서치와 기획을 통해 아이디어를 만드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즉 작가와 감독이 인간과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혁신적 상품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R&D 활동이 필수적이며, 이는 R&D의 정의에도 부합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R&D 지원 체계는 제조업 기반으로 설계돼 콘텐츠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은 유형 자산과 기술 연구인력 등을 활용해 R&D를 추진하지만, 콘텐츠 R&D는 작가나 감독이 소설, 웹툰 같은 재료를 활용해 기획안이나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이다. 콘텐츠 혁신은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창작 노동에서 나온다.
이제는 콘텐츠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아이템 발굴, 시나리오 개발, 파일럿 콘텐츠 제작비, 웹툰 등 재료 구입비 등이 콘텐츠 R&D 비용으로 인정받고 지원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많은 스토리가 개발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프랑스는 영화와 방송의 창작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기금을 조성해 시나리오 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캐나다도 스토리 창작, 기획, 시장조사 비용 등을 지원한다.
오늘 우리나라가 글로벌 콘텐츠 선진국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내일 더 높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산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우수 인재들을 유입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콘텐츠 기업은 지속적이고 과감히 R&D에 투자해야 하며, 이를 응원하기 위한 콘텐츠산업 맞춤형 R&D 지원도 절실하다.
이종민 CJ ENM IP개발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