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 정부의 법인세 인하 방침을 ‘재벌 감세’ ‘부자 감세’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법인세 감세로 국가재정이 축소되는 일은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저지를 선언했다. 법인세율 조정에 필요한 법인세법 개정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직전 5년간 국정을 책임졌던 거대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보기에 너무 민망하고 저급한 인식이 개탄스럽다. 박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하에 대해 “대기업과 부자를 챙기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은 외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인세 감세는 투자 및 GDP 증가를 불러 모든 경제 주체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윈윈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법인세를 낮춰도 투자가 늘지 않는다는 게 객관적 통계로 확인됐다”는 그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1%포인트 낮아지면 상장사 투자가 0.29% 늘어난다는 보고서가 몇 년 전 국책연구원(KDI)에서 나오는 등 객관적 데이터는 차고 넘친다.

법인세 인하는 해외에서도 대세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바통을 이어가며 8년에 걸쳐 35%이던 법인세를 21%까지 대폭 끌어내렸다. 그 결과 선진 경제권에서 돋보이는 성장률은 물론이고, 올 들어선 완전고용으로 간주하는 3%대 실업률을 기록했다. 법인세 인하에 포드 등이 미국 내로 공장을 유턴시키며 일자리를 창출한 결과로 풀이된다. 프랑스도 최근 5년간 법인세 인하(33.3%→25%)를 단행한 결과 유럽연합(EU)의 경제 모범국으로 부상했다. 프랑스의 작년 성장률은 7.0%로 52년 만의 최고였다. 법인세 인하 경쟁이 뜨거워지자 미국의 제안으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제한하려는 시도도 성사 직전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런 나라들도 부자 감세를 위해 법인세를 내린다고 고집할 것인가.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면 무슨 돈으로 서민을 지원할 것이냐”는 주장 역시 시장 역동성에 대한 무지다. 세율을 낮추면 한두 해 세수가 감소할 수 있지만 투자와 기업 수익 증대로 금세 세수 증대로 반전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25%→22%)한 10년 뒤 법인세수가 82% 급증한 점이 잘 보여준다. 반면 법인세를 인상(22%→25%)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세수 증대가 목격되지 않았다.

기업에 대한 징벌적 증세야말로 근로자와 소비자,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전가된다는 게 정설이다. 법인세 실효세율이 10% 증가하면 근로자 임금이 평균 2.5%, 독점산업의 경우5.2% 줄어든다는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2021년)도 나와 있다. 박 원내대표는 “새 정부 경제대책 방향이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나홀로 역행’하며 발목을 잡는 이는 다름 아닌 거대 야당 자신들이다. 오판과 독선으로 경제를 망치고 국민 신임도 잃은 지난 5년을 벌써 잊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