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비서실에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해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임명했다. 홍보수석엔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을 발탁했다. 정권 출범 100여 일 만에 부분적이나마 대통령실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진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지율 추락과 국정 난맥상에 대한 대통령 참모들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주 52시간제 유연 적용’ 등 잇단 정책 엇박자가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진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정책기획수석 신설은 맞는 방향이다. 신임 수석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 더 이상 정책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김은혜 신임 홍보수석의 어깨가 무겁다. 국민은 홍보수석과 대변인의 말을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대통령의 국정 비전과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국민에게 잘 전달돼 지지와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 일을 하는 최일선에 서 있는 사람이 홍보수석이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심중과 스타일을 잘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책적, 정무적 감각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은 필수다.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악마의 대변인)’ 역할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홍보수석이 일을 잘 못하면 비판의 화살이 곧바로 대통령에게 향하기 마련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여 일 동안 대통령실 홍보 기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대통령 메시지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은 큰 오점이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소통 통로를 확대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로 논란을 낳았음에도 석 달 가까이 아무런 개선점을 찾지 못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야당 등의 과도한 공세에 적극 방어해야 했지만,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 면담 불발 관련 등 대통령 의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브리핑이 한둘 아니라는 지적도 받았다.

신임 김 수석은 언론계 경력에 청와대 대변인,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홍보수석으로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 국회의원 시절 ‘전투력’도 검증됐고,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도 지낸 만큼 대통령 국정 철학도 잘 알 것이다. 이전 홍보수석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제부터 본선이란 각오로 임하길 바란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