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유를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비합리적이어서 고객을 볼모로 한 생떼부리기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금융노조는 은행 수익 급증,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를 들며 6.1%의 높은 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해외 요인으로 도래한 글로벌 금리상승기에 예금이자는 찔끔 올리고 대출이자만 수직 상승시켜 폭리를 취하더니 이제 돈 잔치까지 벌이느냐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평균 급여가 1억1200만원에 달한 데서 보듯 웬만하면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은 고물가 타격을 가장 적게 받는 직군이다. 그런데도 박봉의 공무원(1.4%)이나 100인 이상 사업체(5.3%)의 올해 평균 인상률보다 더 높은 수준을 고집하는 행태로는 누구의 공감도 얻기 어렵다. ‘임금피크제 개선’ 요구 역시 청년 채용에 훼방을 놓으면서까지 기득권에 집착하는 행태로 비칠 뿐이다.
주 36시간(4.5일) 근무제 도입 요구는 ‘일은 덜하고 임금은 더 받겠다’는 노골적인 양심 불량의 발로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한 시간 단축된 은행 영업시간은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에도 원상 회복되지 않은 채 오후 3시30분에 끝난다. ‘은행 일 보려면 연차를 써야 할 판’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마당에 금요일까지 격주로 쉬겠다니 고객 불편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영업점 폐쇄 중단’ 요구 역시 무리수다. 핀테크 시대를 맞아 은행 방문이 급감한 상황에서 온라인·비대면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게 누가 봐도 합당한 선택이다.
금융노조가 새 정부 출범 후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 경향도 우려스럽다. 금융 수장 임명 때마다 거친 반대 목소리를 낸 데 이어 6년 만의 이번 파업 결의에서도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의도가 감지된다. 한국 금융은 지금 심각한 신뢰 위기에 처해 있다. 예년에 없던 은행 직원의 어처구니없는 횡령사건이 잇따르고, 10조원에 육박하는 의문의 외환거래도 적발됐다. 사측과 머리를 맞대 위기 해법을 찾아도 모자랄 판에 제 주머니만 먼저 채우는 행태라면 집 나간 신뢰가 돌아올 리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