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연금개혁 로드맵을 내놨다. 국민연금은 정부 주도로 내년 10월까지 개혁안을 만들어 발표하되,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안은 국회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은 정부가 맡고, 연금 간 재정통합 등 ‘구조개혁’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추진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 구조를 만든 것이다. 새 정부가 연금개혁 의지를 좀 더 구체화한 대목으로 평가된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대로 ‘한시도 늦출 수 없는 핵심 과제’다. 군인·공무원연금은 이미 1973년과 1993년 기금이 바닥나 연간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돼 연명 중이다. 사학·국민연금도 2048년과 2057년 기금 고갈이 예정돼 있다. 4년 전 추계가 이러니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2021년 0.81명)과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내년 3월 발표될 5차 재정추계 결과는 더 심각할 게 뻔하다.

늦었지만 새 정부가 연금개혁에 의욕있게 나서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방향과 속도 면에서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우선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년 10월쯤 내놓겠다는 일정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5년마다 하는 연금재정 추계 결과와 국회 연금특위 논의 결과를 취합해 개혁안을 내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집권 초에 밀어붙여도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힘든 게 연금개혁이다. 이미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 왜 시급한지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22대 총선(2024년 4월)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에 연금개혁안을 국회로 보내겠다고 한다.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공론화해야 마땅하다.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안(대선 공약)과 국민연금 개편안을 연계하겠다는 방안도 재검토하는 게 맞다. 미래 세대와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 연금개혁을 추진한다면서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직역연금 개혁 방안도 무작정 국회에 맡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합리적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개혁안을 만들어도 국회가 제동을 걸면 도루묵이다. 연금개혁엔 진보와 보수,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미 여야 합의로 국회 연금특위가 구성돼 있다. 국민들은 누가 진정 나라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지 눈여겨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