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구직 청년에게 ‘도약 준비금’으로 300만원을 주겠다고 나섰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확정 엿새를 앞두고 열린 당정 협의에서 나온 내용이다. 국민의힘 요청에 기획재정부가 응하는 형식인데, 예산편성 절차를 감안할 때 내년 집행분까지 다 정해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건전재정을 특별히 강조해온 새 정부가 이런 현금성 지출안을 내놓은 것에 적이 당혹스럽다. ‘초슈퍼 팽창재정’이라며 전 정부의 예산 지출 남용을 비판해왔고, 대안으로 이달 말까지 강력한 재정준칙도 내놓겠다고 다짐해온 정부 아닌가. 더구나 어제 협의에서는 장애인 고용 장려금 인상, 농업 직불금 56만명 추가 지급,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50% 인상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복지책을 추가했다.

어려운 시기에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확대는 필요하다. 청년 취업대란을 직시하며 고용을 장려하자는 취지도 좋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 어려움을 보면 이런 지원에 문제 제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가용 재원은 한정돼 있고 스스로 긴축도 천명해온 터다. 그러면 원칙에 맞게 제대로 써야 한다. 가령 고용 촉진을 위한 무상 기술 교육이나 스타트업과 창업 준비생을 위한 도심지의 저비용 공간 제공이라면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올 리 만무하다. 고용부와 산하 공단이 전문가를 최대한 동원하는 직무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교육부도 대학 등의 취업 역량을 배가시키는 데 예산을 집중하는 게 맞다.

전 정부 때 관제 일자리에 대한 비판도 결국은 예산 배분에서의 우선순위에 관한 문제 제기였다. 아울러 성과 점검도 없는 예산 집행은 지양하자는 것이었다. ‘1억원 마련 청년도약계좌’가 시행도 전에 ‘고소득 금수저’만 유리하다는 형평성 논란을 유발한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까지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개인별 월 40만원의 재원에 의문표를 달며 공정성·실효성 다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청년도약계좌도 도약 준비금도 공약이라는 이유로 서두를 사안이 못 된다.

청년들 고용 촉진은 중요하다. 궁극적 해법은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 투자 확대로 좋은 일자리가 생기게 하는 것이지만, 당장 급하다 보니 이전 정부 오류를 답습하는 조급증이 보인다. 정부는 오히려 300만원을 주는 ‘서울청년수당’ 같은 지자체의 현금 지원을 좀 더 생산적인 데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양한 직무교육과 함께 기업 일자리가 더 나오게 하면서 건전재정을 넘겨주는 게 진짜 청년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