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예산은 어디서나 힘겹고, 대중적 인기도 얻기 어렵다. 더구나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이제 두 달 됐다. 숱한 야심적 공약에 지역마다 이런저런 숙원사업이 널렸을 것이다. 단체장들이 임기 첫해부터 가시적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욕심일 수 있다. 의욕이 넘치기는 새로 구성된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니 지자체 집행부와 ‘주고받기’로 담합할 공산도 없지 않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짙어지는 복합 경제위기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올해만 넘긴다고 국내외 경제 여건이 호전된다는 보장도 없다. 교육예산을 포함해 지방으로 가는 교부금이 올해 130조1000억원에서 내년에는 152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22조5000억원(17%)이나 늘어나는 지방 예산으로 인해 중앙정부가 실제 쓸 수 있는 내년도 본예산 지출 증가는 1.5%에 그친다. 이 취지를 지자체는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내년엔 지자체 재원 마련이 어려워질 판이니 국가의 재원을 우선 배정하지만, 나머지는 자치 정신을 잘 살려 부디 자립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주택시장 거래 절벽, 미분양 급증’ 보도만 봐도 지자체의 내년 예산 짜기는 예사 험로가 아니다. 아파트 등에 부과하는 취득세가 도(道)세의 65%를 차지하는 경기도는 9년 만에 50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편성을 준비 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단시일에 나아질 분위기도 아니다. 재원이 뻔한 지자체로서는 불요불급한 지출 축소, 인기영합성 사업 보류·폐기 등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밖에 없다. 이참에 내국세의 20.79%를 지방 교육청에 자동 배정하는 교육교부금 제도를 고치는 데 지자체들이 연대해서라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최대한의 긴축을 전제로 넘쳐나는 이 돈을 요구하면 국민도 동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