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만나 전략적 협력 강화를 다짐한 것은 국제 정세의 커다란 긴장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전체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두 거대 독재국가 정상이 손잡고 더욱 강력한 반미 연합전선 구축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정책에 대한 지지와 함께 미국을 규탄했고, 시 주석은 러시아와 세계 질서를 공동으로 주도하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미·중 패권 전쟁 이후 두 나라의 밀월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지난 2일 러시아 주도의 13개국 합동 군사훈련에 중국은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참가, 2000여 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시진핑-푸틴 회동이 있었던 그제도 양국 해군 함대가 태평양에서 연합훈련을 벌였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 옛 소련 휘하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모임인 상하이협력기구(SOC)에 이란이 동참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반미 연대가 한층 공고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가 대만을 동맹으로 지정하고 향후 5년간 65억달러(약 9조원)의 군사비를 지원하는 ‘대만정책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자유진영과 전체주의 세력 간 대결 구도는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유지된 ‘하나의 중국’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법안의 이런 파격적 성격 때문이다. 상·하원 표결 통과에 대해선 불투명한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의회의 대만 지원과 반중 정서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중·러 밀착 및 미국과의 패권 다툼은 우리의 외교·안보, 통상·산업 전략의 총체적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중대한 국가적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천연가스 수입량 중 러시아 비중이 55%나 됐던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의 덫’에 빠져 쩔쩔매고 있는 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대중 무역 비중이 20%를 웃도는 우리로선 어렵더라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을 국가적 해결 과제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실종된 ‘4강 외교’의 부활 또한 절실하다. 자유 민주 가치동맹의 강화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 복원은 시급하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불필요한 충돌은 자제하면서 할 말은 할 수 있는 강건한 자세가 요구된다. 주변 강대국들이 우리를 쉽게 볼 수 없도록 실력을 쌓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