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美 Fed의 내로남불 英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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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 공포에 세계 금융시장이 발작 중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에 파운드 유로 엔 위안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연일 수십 년 사이 최저 수준 기록을 갈아엎고 있고, 주요국 증시는 동반 폭락하는 등 대혼돈 양상이다. 물가 급등과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역(逆) 환율전쟁’ 속에, 벌써 국제통화기금(IMF) 앞엔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위기국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나온다. 1년 전만 해도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을 노래하던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바뀌었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네 탓’ 공방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어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감세가 가뜩이나 심각한 영국 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재정에도 타격을 가해 불안정한 국제 금융시장에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영국 감세정책이)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Fed 관계자도 “외부 쇼크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미국 학계에서는 “영국이 결국 IMF 신세를 질 것”(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이라는 악담도 나왔다.
이 같은 비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과연 지금 다른 나라를 공박할 처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 발생 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수조달러를 풀었다. 지난해 말 인플레 경고가 나왔지만 ‘일시적’이라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물가가 9%대까지 치솟자 6개월 만에 금리를 3%포인트(연 0.25→3.25%)나 올렸다. 30년 사이 가장 공격적인 통화 정책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지금 같은 혼돈 속으로 빠져든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너무 늦거나, 너무 과한’ 헛다리 통화정책에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한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물가 상승과 외자 유출을 막으려면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지만, 역대 최대 수준인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전기차 보조금 중단 조치(IRA법)에서 봤듯 미국의 선의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위기 경보음이 커질수록 국력과 자강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이 와중에 벌어지고 있는 ‘네 탓’ 공방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어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감세가 가뜩이나 심각한 영국 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재정에도 타격을 가해 불안정한 국제 금융시장에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영국 감세정책이)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Fed 관계자도 “외부 쇼크가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고, 미국 학계에서는 “영국이 결국 IMF 신세를 질 것”(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이라는 악담도 나왔다.
이 같은 비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과연 지금 다른 나라를 공박할 처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 발생 후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수조달러를 풀었다. 지난해 말 인플레 경고가 나왔지만 ‘일시적’이라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물가가 9%대까지 치솟자 6개월 만에 금리를 3%포인트(연 0.25→3.25%)나 올렸다. 30년 사이 가장 공격적인 통화 정책이다. 세계 금융시장이 지금 같은 혼돈 속으로 빠져든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너무 늦거나, 너무 과한’ 헛다리 통화정책에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한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물가 상승과 외자 유출을 막으려면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지만, 역대 최대 수준인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전기차 보조금 중단 조치(IRA법)에서 봤듯 미국의 선의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위기 경보음이 커질수록 국력과 자강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