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노도에서 열린 김만중문학상 시상식.
지난 9일 노도에서 열린 김만중문학상 시상식.
서울에서 경남 남해까지는 천 리 길이 넘는다. 남해읍을 지나 벽련항에서 노도(櫓島)로 가는 배를 탔다. 뱃길로 5분 거리인 이 섬에서 서포 김만중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남해군은 이곳에 김만중문학관과 문학공원을 조성하고 작가창작실 세 동까지 지어 ‘문학의 섬’을 완성했다. 노도 선착장에 내리자 ‘문학의 섬’을 상징하는 책 모양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남해유배문학관.
국내 최대 규모의 남해유배문학관.
지난 9일 이곳에서 제13회 김만중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그동안 읍내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 행사가 처음 옮겨졌다. 장충남 남해군수 등 주최 측뿐 아니라 유배 중인 서포를 ‘노자묵고 할배’라고 불렀던 옛 노도 주민들의 후예와 남해문학회원 등 문인, 멀리서 온 축하객까지 약 300명이 모였다.

소설 부문 대상 수상자 한강 작가는 “섬에서 섬으로, 배를 타고 와서 받는 상은 처음”이라며 놀라워했고, 시 부문 대상을 받은 이재훈 시인은 “문학이라는 이름의 섬이 있다니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물미시낭송협회 회원들은 유배문학특별상 부문 수상자인 고두현 시인의 시 ‘남해 가는 길-유배시첩 1’과 남해 유자를 소재로 한 ‘늦게 온 소포’ 등을 생생한 낭송극 무대로 선보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시상식이 열린 김만중문학관엔 <사씨남정기> <구운몽> <서포만필> 등이 전시돼 있다. 언덕 위 문학공원의 ‘구운몽원’과 ‘사씨남정기원’에도 작품 속 인물들이 재현돼 있다. 올해는 김만중 330주기이자 ‘남해 방문의 해’. 전국 최대 규모인 읍내 남해유배문학관에는 유배객 180여 명의 작품과 유품들이 진열돼 있다.

남해=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