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소위 진보교육계가 ‘일제고사 부활’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줄 세우기 교육은 망국의 길이라는 주장이지만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정부가 내놓은 ‘기초학력 진단’ 및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과거처럼 같은 문항으로 동시에 학력을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평소의 관찰과 상담으로 학력을 판단하는 등 진단 방식을 학교 자율로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비난은 부적절하다.

진보교육계는 앞뒤가 안 맞는 요구도 내놓고 있다. 전교조는 “핵심은 진단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을 돌볼 수 있는 지원체계”라고 주장했다. 한 명 한 명 돌보는 맞춤 지원을 위해 진단을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발표의 골자인데 진단이 핵심이 아니라니, 요령부득이다. “시·도 간, 학교 간 등수 경쟁으로 왜곡될 것”이라며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구더기 무서우니 장 담그지 말자는 것과 진배없다.

2017년에 비해 수학·영어 학력 미달 고교생이 40%나 급증하는 와중에 상투적 주장을 반복하는 건 무책임의 전형이다. 아무리 전인교육 등 듣기 좋은 말을 앞세워도 ‘학력증진 포기’는 자율을 가장한 방치일 뿐이다. 학생·학부모·사회에 대한 직무유기이기도 하다. 올해 취임한 상당수 진보교육감조차 전수조사를 통한 기초학력평가 강화가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학력진단과 평가의 목적은 ‘순위 결정’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사회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필수조건인 ‘기초학력의 보장’이다. 사교육을 통한 학력진단도 이미 일반화돼 있어 저소득층 가구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소모적인 경쟁을 부를 평가는 지양해야겠지만 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려는 평가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