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소소위는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두드러졌다. 소소위 구성원은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3명뿐이다. 국회법에 근거 조항이 없어 속기록도 남지 않는다. 회의가 비공개로 이뤄지다 보니 야합의 장, ‘쪽지 예산’(지역구 민원 예산) 창구로 변질했다. 소소위 결과가 총선 성적표로 여겨지면서 쪽지 경쟁이 더 과열됐다.
심지어 2012년 말 소소위가 감시의 눈을 피해 호텔 방에서 비밀리에 열리기도 했다. 당시 소소위가 열린 호텔 방에는 쪽지 민원 수천 건이 쏟아져 들어왔다. 여야는 지역 민원성 예산 4조원을 증액해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이듬해 여야는 ‘호텔 방 심사’를 없앴다. 하지만 소소위 가동과 ‘닥치고 증액’은 끊이지 않았다. 2018년엔 소소위를 거치면서 381건의 예산이 늘어났고, 지난해엔 100억원 증액된 사업만 80개 가까이에 달했다. 상당수가 쪽지 예산이었다.
올해도 ‘소소위’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국회법상 예결특위는 지난달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 했다. 그러나 여야 간 시각차로 11월을 넘기자 소소위를 가동해 이틀 일정으로 639조원에 달하는 예산안 벼락치기 심사를 하고 있다. 심사 속도를 보면 법정 처리 시한을 또 넘길 가능성이 크다.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예산안 심사 관행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지만, 여야는 뒤로 미뤄뒀다가 11월 중순이 돼야 허둥지둥 심사를 시작한다. 올해 예결소위는 정쟁에 밀려 가동된 날이 1주일도 못 되니 또 소소위가 운영되는 것이다. 이번엔 ‘짬짜미 예산의 온상’ 소소위를 통해 쪽지 예산이 또 얼마나 늘어날까 걱정부터 앞선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