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빈 방문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경제·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간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재확인시켜 줬다. 올해 수교 30년을 맞은 한·베트남 관계는 ‘극적’이란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해왔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9000여 개, 이들이 현지에서 창출한 ‘좋은 일자리’는 100만 개에 달한다. 이르면 내년 양국 교역 규모가 1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전장(戰場)에서 만났던 양국이 이런 상생의 성과를 거둔 것은 세계사에서도 의미 있는 협력 사례로 남을 것이다. 어제 회담에서 협의한 대로 핵심 광물 공급, 전력, 탄소중립 등 산업 분야를 위시해 안보, 지역 개발, 교육, 인적 교류 등으로 협력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보면 성장세인 베트남 경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양국의 관계 증진 필요성도 절감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외경제에서 중국 비중을 줄여 나가는 게 절실하다. 경제 역동성이 큰 베트남을 비롯해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 인도 등 남아시아는 한국이 향후 10~20년간 전략적으로 승부를 걸 만한 투자와 시장 개척의 핵심 대상이다. 전 정부 때도 그런 이유로 ‘신남방정책’이란 외교 기치가 내걸렸으나 유감스럽게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첫 국빈 초청국으로 베트남을 선택한 만큼 남부 아시아권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기 바란다.

개방·교역으로 발전해온 한국에 수출시장 다변화, 투자와 교류 다원화는 선택 차원이 아니라 불가피한 길이다. 혈맹의 미국도 중요하고, 큰 시장 유럽도 여전히 중요한 상대다. 하지만 복잡한 변수가 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보면 미국만 믿고 갈 수도 없고, 유럽 쪽도 한계가 있다. 패권적 행보를 일삼는 중국은 더하다. 코로나 충격이 가시지 않고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새로 구축되는 지금이 우리에겐 ‘남방 시장’ 진출에 호기일 수 있다. 경제를 넘어 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 공조와 한·아세안 협력 강화 차원에서도 베트남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