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고용 없이 경제 살아날 수 있나
‘법인세 인하=초부자 감세’라는 구호 외에 그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 거대 야당의 우이독경식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착잡하기 그지없다.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이고, 그 효과를 입증하는 분석과 보고서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재정연구원 등 국내 기관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연구도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와 고용을 증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부자 증세’를 내세워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고, 정권이 바뀐 지금도 거대 야당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 OECD 국가 중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를 올린 곳은 한국을 포함해 멕시코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튀르키예 라트비아 6개국뿐이다. 법인세 역주행의 결과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4.3%로 OECD 평균(3.0%)보다 1.4배 높아졌다. 최근 5년 동안의 법인세 비율 상승 폭은 OECD 평균의 6.5배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글로벌 경쟁사보다 매출·자산·시가총액이 뒤지는 국내 기업들이 훨씬 높은 조세 부담을 떠안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률(25.2%)은 미국 인텔(8.5%)의 3배, 애플(13.3%)의 2배였다.
한국의 가혹한 법인세 누진세율은 대기업에 세금 부담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표 3000억원이 넘는 0.01%(103개)의 기업이 전체 법인세 세수의 41.0%를 부담하는 기형적 구조를 낳았다. OECD 회원국 중 4단계 이상의 법인세 누진세율 체계를 가진 나라는 한국과 코스타리카뿐이다.
법인세가 실질적으로 법인이 아니라 근로자 주주 자본가 등이 부담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부자 감세’ 논리는 선동적이고 기만적이다. 기업 소득을 향유하는 실체는 법인이라는 추상적 존재가 아니라 주주 종업원 채권자 정부 등으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고소득 법인=부자’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KDI도 얼마 전 “법인세 감면 혜택은 많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부자 감세는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례없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경제위기 속에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은 획기적 규제혁파와 함께 기업 투자를 끌어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감세로 인한 투자 증가와 수출 확대는 우리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결사반대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결국 다가올 총선을 겨냥해 국민을 부자와 서민으로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