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부터 UAE를 국빈 방문하고 스위스 다보스포럼에도 참석한다. 연초부터의 ‘경제 외교’에 기업인도 대거 동행하는데, 다보스는 국내 6대 그룹 총수와 함께 방문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복합 불황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올 한 해, 경제 외교의 중요성은 다시 말할 나위 없다.

모두가 강조하지만 ‘세일즈 외교’는 구호나 말로 되는 게 아니다. 외교부·통상교섭본부를 비롯해 전 부처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 성과는 결국 기업이 낸다. 반도체·자동차부터 한류 기반의 문화·오락·예능 등 신전략산업까지, ‘수출 한국’으로 이 위기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원팀 코리아’로 움직여야 한다.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한국형 원전산업과 경쟁력이 확인된 방산의 해외 진출에서는 대통령이 나서는 ‘정상 외교’도 중요하다. 수출만이 아니다. 중동의 ‘오일 머니’ 투자 유치와 위태위태한 식량·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에서도 마찬가지다. 굳건하고 대등한 새로운 형태의 ‘민관불이(民官不二)’ 정신이 요구된다.

세일즈 외교에 기업인과 나란히 나서는 대통령 모습은 그런 점에서 메시지가 분명하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61년 만에 공동 개최한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의 연장선이다. 문재인 정권 때를 돌아보면 이것도 ‘비정상의 정상화’다. 수출, 투자, 고용 창출, 납세 모두 기업 간의 무수한 협력체제로 이뤄내는데 대기업·중소기업을 억지로 나누고 구별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나. 어느 정부든 기업 정책은 친기업이면 된다. 대통령실은 상반기에 예정된 방미에도 최대한 많은 기업인이 동참하는 민관 합동사절단을 구성하기 바란다.

열강의 시대에는 함대와 총포로 경제 영토를 넓히며 국가 이익을 실현했다. 이후 종합상사나 다국적 대기업이 이를 대신해왔다. TSMC가 핵심 역할을 하는 대만의 안보나 ‘글로벌 반도체 대전’의 전개 양상을 보면 지금도 국가대표급 기업들이 국제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경제전쟁의 주전선수들이 한껏 뛰고 싸우도록 제대로 응원·지원하는 게 세일즈 외교다. 대통령과 정부 각 부처는 물론 국회도 경제외교에서만큼은 원팀 코리아를 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