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다음 게임체인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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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와 지금의 위기
위기는 판 바꿀 기업 출현의 신호
CES 2023은 전조를 알리는 장
게임체인저는 투자만으로 안돼
다양성, 실패의 자유 전제돼야
정치와 정부부터 환골탈태해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위기는 판 바꿀 기업 출현의 신호
CES 2023은 전조를 알리는 장
게임체인저는 투자만으로 안돼
다양성, 실패의 자유 전제돼야
정치와 정부부터 환골탈태해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혁신은 경기 침체기에 속도를 내면서 무리를 이루다가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하면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튀어 나가면서 새로운 기술 변화의 강력한 파도를 몰고 온다.” ‘국가혁신체제(national innovation system)’ 개념을 세운 영국의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프리먼의 얘기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을 주관한 소비자기술협회(CTA)는 프리먼의 발언을 인용하며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의 기대를 밝혔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때 스마트폰 혁명처럼 지금의 경기 침체 위기를 벗어나게 해줄 게임체인저가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다.
스마트폰 이전에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가 있었다. 애플이 원조 PDA로 불리는 뉴턴을 1992년 CES에서 발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 후 IBM 소니 등이 잇달아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혁명의 여명기인 1990년대 후반 PDA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은 팜이었다. 이런 혁신의 전조 과정을 거치면서 애플이 아이폰으로 모바일 혁명의 문을 연 게임체인저로 우뚝 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자본주의의 위기감이 상당했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를 소환했다. ‘빅4 경제학자’ 관점에서 조명한 금융위기 기사가 큰 주목을 받았다. 미래를 향한 낙관론은 슘페터 쪽에서 나왔다. 슘페터가 살아있다면 “자본주의의 위기가 아니다. 창조적 파괴가 온다는 강한 신호”라고 말했을 것이란 내용이다.
공급망 문제, 반도체 재고 증가, 노동 공급 부족,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곳곳의 위기 신호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신기술의 경연장 CES 2023에 ‘빅3 혁신학자’가 왔다면 뭐라고 했을까 상상해봤다. 혁신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지만 그 개념을 발전시킨 경제·경영학자로 따진다면 슘페터,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그리고 헨리 체스브로를 빼놓을 수 없다.
슘페터는 1911년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신(新)결합’이란 용어를 들고나왔다. CES 2023은 신결합 실행이 곧 혁신임을 보여줬다. 초연결이든 메타버스든 모빌리티든 디지털헬스든 다 그렇다. 크리스텐슨은 1997년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혁신을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나눴다. 그는 누구든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대응할 타이밍을 놓치면 한순간 도태하고 말 시대라고 강조했을 것이다. 2003년 <오픈 이노베이션>의 저자 체스브로는 CES 2023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했을 게 틀림없다. 미국 베니션 엑스포에 들어선 글로벌 스타트업관을 그 강력한 증거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위기의 세계 경제를 구해낼 다음 게임체인저로 옮겨간다. 기업의 혁신 연구에서 제1인자로 통하던 크리스텐슨조차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세련된 휴대전화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게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빅히트가 분명해지자 경영학자들은 앞다퉈 “아이폰은 대박이 예정돼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학가에서 <전략적 기술혁신 경영론>으로 유명한 멜리사 실링은 ‘진입의 타이밍’을 강조한다. 그런 실링도 누가 진입의 타이밍을 맞히는 다음 게임체인저가 될지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는다. CES 2023 주최 측이 올해 주목해야 할 트렌드의 하나로 꼽은 메타버스만 해도 그렇다. 애플이 7년을 공들여 준비해왔다는 혼합현실(XR) 헤드셋 공개를 예고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에 이어 메타버스에서도 게임체인저가 될지 궁금하다. 메타든 애플이든 미국 기업이다.
한국에서 다음 게임체인저 기업이 나오길 바라는 애국심이야 굴뚝같다. CTA가 프리먼의 국가혁신체제 개념을 차용해 평가한 국가별 혁신 스코어카드는 예리했다. 한국은 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하지만 다양성에서 뒤지는 국가로 나왔다. 다양성은 실패의 자유와 함께 게임체인저 기업이 나올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또다시 나만 옳다는 적대적인 정치, 실패를 벌주는 정부를 돌아보게 된다. 관료와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이 개인과 기업, 과학자 위에 군림하는 국가에서 게임체인저가 나올 수 있을까. CES 2023을 돌아보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질문이 내내 머리를 무겁게 했다.
스마트폰 이전에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가 있었다. 애플이 원조 PDA로 불리는 뉴턴을 1992년 CES에서 발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 후 IBM 소니 등이 잇달아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혁명의 여명기인 1990년대 후반 PDA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은 팜이었다. 이런 혁신의 전조 과정을 거치면서 애플이 아이폰으로 모바일 혁명의 문을 연 게임체인저로 우뚝 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자본주의의 위기감이 상당했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애덤 스미스, 카를 마르크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조지프 슘페터를 소환했다. ‘빅4 경제학자’ 관점에서 조명한 금융위기 기사가 큰 주목을 받았다. 미래를 향한 낙관론은 슘페터 쪽에서 나왔다. 슘페터가 살아있다면 “자본주의의 위기가 아니다. 창조적 파괴가 온다는 강한 신호”라고 말했을 것이란 내용이다.
공급망 문제, 반도체 재고 증가, 노동 공급 부족,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곳곳의 위기 신호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신기술의 경연장 CES 2023에 ‘빅3 혁신학자’가 왔다면 뭐라고 했을까 상상해봤다. 혁신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지만 그 개념을 발전시킨 경제·경영학자로 따진다면 슘페터,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그리고 헨리 체스브로를 빼놓을 수 없다.
슘페터는 1911년 <경제발전의 이론>에서 ‘신(新)결합’이란 용어를 들고나왔다. CES 2023은 신결합 실행이 곧 혁신임을 보여줬다. 초연결이든 메타버스든 모빌리티든 디지털헬스든 다 그렇다. 크리스텐슨은 1997년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혁신을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나눴다. 그는 누구든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대응할 타이밍을 놓치면 한순간 도태하고 말 시대라고 강조했을 것이다. 2003년 <오픈 이노베이션>의 저자 체스브로는 CES 2023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했을 게 틀림없다. 미국 베니션 엑스포에 들어선 글로벌 스타트업관을 그 강력한 증거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위기의 세계 경제를 구해낼 다음 게임체인저로 옮겨간다. 기업의 혁신 연구에서 제1인자로 통하던 크리스텐슨조차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세련된 휴대전화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게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빅히트가 분명해지자 경영학자들은 앞다퉈 “아이폰은 대박이 예정돼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대학가에서 <전략적 기술혁신 경영론>으로 유명한 멜리사 실링은 ‘진입의 타이밍’을 강조한다. 그런 실링도 누가 진입의 타이밍을 맞히는 다음 게임체인저가 될지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는다. CES 2023 주최 측이 올해 주목해야 할 트렌드의 하나로 꼽은 메타버스만 해도 그렇다. 애플이 7년을 공들여 준비해왔다는 혼합현실(XR) 헤드셋 공개를 예고했다. 애플이 스마트폰에 이어 메타버스에서도 게임체인저가 될지 궁금하다. 메타든 애플이든 미국 기업이다.
한국에서 다음 게임체인저 기업이 나오길 바라는 애국심이야 굴뚝같다. CTA가 프리먼의 국가혁신체제 개념을 차용해 평가한 국가별 혁신 스코어카드는 예리했다. 한국은 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하지만 다양성에서 뒤지는 국가로 나왔다. 다양성은 실패의 자유와 함께 게임체인저 기업이 나올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또다시 나만 옳다는 적대적인 정치, 실패를 벌주는 정부를 돌아보게 된다. 관료와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이 개인과 기업, 과학자 위에 군림하는 국가에서 게임체인저가 나올 수 있을까. CES 2023을 돌아보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질문이 내내 머리를 무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