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걱정한 대로 암울한 지표로 가득 채워졌다. 2041년부터 적자가 시작돼 2055년이면 기금이 완전 고갈된다는 게 핵심이다. 불과 5년 전인 2018년 4차 추계 때보다 기금 소진은 2년, 적자 전환은 1년 앞당겨졌다. 적자 전환을 막으려면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19.57%로 2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답답한 결론이 나왔다.

이 정도도 출산율, 고령화,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을 꽤나 낙관적으로 전제하고 뽑은 계산이다. 복지부는 0.73명인 합계출산율이 2025년부터 반등해 2030년 0.96명, 2046년 1.21명으로 높아진 뒤 쭉 안정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곤두박질치고 있는 출산율이 불과 2년 뒤부터 반등할 것이란 전망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5년 전 4차 재정추계 당시 올 출산율을 1.27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0.73명에 불과하다. 고령화 속도도 너무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생각이 앞선다. 5년 전에 83.9세로 예상한 올해 기대수명도 84.3세로 훨씬 높아진 상태다.

거시경제 지표의 움직임도 전망과 큰 괴리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5년 전 연 2%로 가정했던 2023~2030년 물가상승률을 이번 추계에서 2.2%로 소폭 올리긴 했다. 하지만 40년 만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말해주듯 ‘저물가 시대가 저물었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라는 점에서 더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연 2.2%인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5년 만에 1.9%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마저 달성 가능할지 의문이다.

결국 ‘2055년 기금 고갈’이라는 아찔한 시간표조차 허망한 기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24.0%인 제도부양비(가입자 수 대비 수급자 수)는 2040년 62.9%, 2050년 95.5%, 2060년 125.4%로 그야말로 로켓처럼 치솟을 예정이다. 돈만 내고 혜택은 까마득한 40대 이하 세대가 수적으로 우위인 고령자들의 노후를 위해 자신의 수입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금 고갈 후 당해연도 수입으로 지출을 충당하는 ‘부과식’으로 전환할 경우 미래세대는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납부해야 한다는 계산도 나와 있다.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 국민연금에 지금 가장 필요한 건 기성세대의 책임감이다. ‘고갈’이라는 예정된 결론에도 25년째 보험료율은 9%에 묶여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급여율을 낮춘(60%→40%) 뒤 16년째 개혁이 외면당하고 있다. 직전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이해를 앞세워 5년 내내 허송세월했다. 답은 분명하게 나와 있다. 현세대가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이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또 무슨 표계산과 조삼모사를 앞세운다면 파국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