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의 상쾌한 하루] 변비가 생기는 원인 2가지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속을 잘 비우는 일이 중요하다. 변비 때문에 클리닉을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증세는 다양하다. 변을 보기는 하는데 토끼 변처럼 몇 개 떨어지는 정도부터 수일 동안 소식이 없어 관장을 해야만 해결되는 정도까지 여러 가지다. 변비란 의학적으로는 통상 1주일에 2회 이내로 변을 보는 경우를 말한다. 전체 배변 횟수의 25% 이상에서 단단한 변을 보거나 배변 후 잔변감이 있거나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는 배변이 동반된 경우도 포함된다.

변비 치료는 유발 원인 규명이 우선이다. 첫째 원인은 장의 운동성이 감소해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의 찌꺼기가 위, 소장, 대장을 거쳐 항문까지 잘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이며, 둘째는 장의 운동성은 괜찮아서 찌꺼기가 대장까지는 잘 내려가는데 항문에서 배출되지 않는 경우이다.

대장무기력성 변비(왼쪽), 출구폐쇄성 변비(오른쪽)      출처: 대장항문학(박재갑 편저)
대장무기력성 변비(왼쪽), 출구폐쇄성 변비(오른쪽) 출처: 대장항문학(박재갑 편저)
항문에서 변이 원활히 배출되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반사운동이 작동돼야 한다. 평상시에는 항문과 직장이 이루는 각도가 90도 정도로 유지되다가 배변이 필요하면 각도가 완만해져 배변이 이뤄지게 하고 갑자기 설사 느낌이 있어 변을 참아야 하는 경우에는 이 각도가 좁아져 배변을 참는 작용이 이뤄지게 한다.

대장항문전문 클리닉은 변비 환자에게 먼저 장운동 여부를 검사한다. 이 검사는 방사선표지자라고 불리는 작은 고리가 20개 들어 있는 캡슐을 한 개 복용하고 며칠 후 복부 사진을 촬영해 표지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관찰해 장운동의 작동 여부를 측정한다(그림). 장운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에는 배변 중 직장 형태의 변화를 촬영해 직장항문 반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해 그 원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항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변비일 때 장운동을 촉진시키는 약제를 복용하게 되면 변은 나오지 않으면서 극심한 복통만 초래할 수 있어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장의 운동성이 감소해 변비가 발생한 환자에게는 장운동을 촉진하고 장 내용물을 부풀게 하는 약제를 처방하며 항문의 배출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직장항문 생리를 조절하는 치료를 시행해 배변이 이뤄지게 한다. 만성변비가 너무 오래돼 대장이 과도하게 팽창해 대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경우에는 전체 대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단순히 변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검사 없이 변비약만 사먹다가 대장암이 진행돼 장이 막혀 응급실에 내원하는 사례도 가끔 있다. 그래서 대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 정확한 진단하에 본인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광호 이대서울병원 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