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금융회사가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오후 3시30분인 외환시장 마감시간을 다음날 새벽 2시로 연장하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이 나왔다. 지금은 원화의 역외 현물거래가 허용되지 않아 해외에 있는 외국 은행이 원화 현물을 사고팔려면 한국 내 지점을 설립하거나 국내 금융회사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앞으로는 인가받은 외국 투자자에 한해 국내 은행 간 시장(외환도매시장)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마감시간 연장은 미국·유럽과의 시차에 따른 불편을 줄여줄 것이다.

정부는 외국 투자자들이 원화 현물시장의 규제를 피해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로 몰려든 문제를 심각하게 본 듯하다. NDF는 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는 선물상품이어서 투기적 요소가 많다. 원화 NDF 거래 규모는 작년 하루 평균 498억달러로, 현물 거래액 351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기현상이 원화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며 ‘꼬리(NDF)가 몸통(서울외환시장)을 흔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정부는 국제 투기 세력으로부터 국내 시장을 지키려면 외환시장의 폐쇄적 성격이 불가피하다고 봤지만, NDF로 쏠린 원화 거래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젠 ‘문호를 열 테니 원화 거래를 한국 현물시장에 들어와서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번 조치는 원화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를 늘리고 국내 외환시장 규모를 키워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는 단순 투기 목적의 외국 금융회사 참여는 인가하지 않고, 거래도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거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해외의 ‘큰손’이 국내 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유동성이 작은 야간은 ‘외국인 놀이터’가 돼 환율이 급변동할 공산이 크다.

내년 하반기 시행에 앞서 ‘플랜B’ 등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 무역적자가 커지고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면 환율은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당국은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