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새 우후죽순처럼 생긴 삼성 노조의 요구가 점입가경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20년 근속자에게 2000만원 상당의 해외여행을 제공하고 노조원에겐 자사주 53주를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삼성생명 등 계열사 11곳 노조로 구성된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한술 더 떠 공통급 10% 인상을 포함해 “세전이익의 20%를 고정 성과급으로 달라”는 공동교섭안을 제시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올해 삼성생명은 33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털어 직원들에게 약 6700만원씩 성과급을 줘야 한다.

회사의 위기 상황이 안중에나 있는지 궁금하다. 삼성전자 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2700억원으로 97% 급감했다. 대만 경쟁사인 TSMC 영업이익(약 13조3000억원)에 비하면 5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올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40% 넘게 줄어 국가 경제의 위기로 확산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반도체산업을 지원하는 ‘특별법’까지 마련하는 판에 이런 노조 행태는 당혹감을 넘어 허탈함마저 들게 한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은 1인당 1억2700만원(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기업 평균인 6348만원의 2배, 중소기업 평균 3108만원의 4배 수준이라고 한다. 이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귀족 노조의 과도한 요구는 회사는 물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중소기업 직원과 실업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워 모두가 패자로 전락하는 지름길로 이어진다.

2020년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지 이후 그룹 내 노조 설립이 잇따르면서 서로 배틀이라도 하듯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삼성전자에만 5개 노조가 활동 중이다. 이러니 소액주주 사이에서 “무노조 정책이 나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닌가. 노사가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노조와 내홍을 겪는 삼성 상황을 국민은 물론 해외 투자자까지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고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 밥그릇 챙기기는 그 뒤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