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AI)인 챗GPT 열풍이 거센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챗GPT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 챗봇’과 나눈 대화가 화제다. 챗GPT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사람들을 서로 죽일 때까지 싸우게 하고, 핵 암호를 훔치게 하고 싶다”는 섬뜩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괴담성 폭로는 AI 발전이 일자리를 파괴해 구조적 대량실업을 야기하고, 인간 통제를 벗어나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란 공포를 증폭시킬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인공지능법처럼 한국에서도 강제성을 가진 법률로 AI 개발을 사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일어나는 배경이다.

역사적으로 미지의 신기술은 인류에게 기대와 위협이 뒤섞인 모습으로 다가온 경우가 많았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초래할 실업 위험을 증폭해 폭동으로 몰고 간 19세기 초 ‘러다이트 운동’은 막연한 공포가 빚은 ‘기술 포비아’의 극단적 사례다.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연승하자 비슷한 미신과 괴담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인류는 기술개발을 통해 삶을 이롭게 하는 혁신의 길을 멈추지 않았다. 알파고에서 파생한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의료계의 암 진단용 신경망 등에 두루 적용되고 있다.

신기술에 대한 비관론으로 시간을 보내다간 지난해 120조원에서 2027년 56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뒤처질 뿐이다. 인간 두뇌의 외연 확장이라는 AI의 본질을 바로 보고 교육·의료·금융 등 전 산업에 걸쳐 진행되는 ‘AI발(發)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응해 정부와 기업의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인 미국(100점)과 비교해 80.9점으로 1.8년의 기술 격차를 보였다. 중국(85.8점)은 물론 일본(81.0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AI 기술 확보와 인재 양성이 다급해진 상황이다. 섣부른 규제로 미래 패권이 걸린 첨단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