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학 등록금 정책'이 미래를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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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등록금 15년째 동결
연구의 질·교수 사기 저하
'등록금 인상 상한제' 폐지하고
이젠 대학에 자율권 줘야
국가 미래인재 키울 수 있어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의 질·교수 사기 저하
'등록금 인상 상한제' 폐지하고
이젠 대학에 자율권 줘야
국가 미래인재 키울 수 있어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사학진흥재단은 매년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를 발간해 공표한다. 여기에 많은 통계 수치가 있지만, 이 중에서 우리나라 사립대학 교육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4년제 사립대 학생의 1인당 교육비다. 이는 교직원 보수, 관리 운영비, 도서 구매비, 기계·기구 구매비 등 교육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재학생 수로 나눈 수치다. 2011년에 1230만원이던 1인당 교육비가 10년 뒤인 2021년에는 실질 가격(인플레를 고려한 수치)으로 1390만원이 됐다. 10년간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4.1% 증가했다. 즉, 국민은 부유해졌는데 오히려 대학생 자녀들 교육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해졌다는 것이다. 혹자는 적은 비용으로 대학 졸업장을 받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이 비용이 덜 들면 서비스는 나쁠 수밖에 없다. 대학 교육에 대한 지출이 적으면 낮은 수준의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 요즘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이나 첨단산업 발전도 수준 높은 대학의 교육·연구에 기초한다.
다른 나라들은 대학 교육에 얼마나 지출할까?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한국보다 학생 1인당 대학 교육비를 덜 지출하는 국가는 6개국 (그리스, 리투아니아, 멕시코, 칠레, 터키, 콜롬비아)뿐이다. 한국이 30등이다. 그래도 2010년에는 우리 교육비가 OECD 평균의 74%는 됐는데, 2019년에는 더 나빠져서 64%에 머물고 있다. G5(독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국가 평균에 비교하면 우리 교육비는 2019년 기준 46%에 불과하다. G5 국가들이 노벨 과학상과 경제학상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그렇게 허리를 졸라매온 한국인들이 왜 이런 교육 현실을 만들었을까. 우리나라 사립대학 운영 비용의 대부분은 등록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그 발단은 반값 등록금 주장에 장단 맞춰 ‘표바라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2011년에 도입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고등교육법 11조 10항)다. 이는 직전 세 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이를 대학이 어기면 교육부가 각종 제재를 가하겠다며 칼을 휘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더구나 이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의 등록금 인상도 실질적으로 불허돼 지난 10년간 사립대학 1인당 실질등록금은 25% 감소했고, 사립대학들은 2016년부터 운영 비용이 운영 수입을 초과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대학의 대응은 되도록 비용을 줄이고 다른 수입원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교직원 충원이 안 되고, 교수들이 많은 과목을 가르치게 되니 교육의 질과 연구 업적은 떨어지고, 교직원 급여를 10여 년간 동결하니 사기는 저하된다. 미국 영국 등에 다 있는 전자 저널도 국대 대학 도서관에서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을 없애니 과목 다양성은 떨어지고, 대형 강의가 많아지니 뒷자리 학생들은 졸고 있고, 공부 못하는 정원 외 외국 학생 불러다가 등록금이나 챙기고…. 이 같은 현상들이 지금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다. 필자의 분야인 경제학에서는 국내 대학 조교수의 초임이 미국 대학 조교수 초임의 3분의 1도 안 된다. 해외에서 공부한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다른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지난 10여 년간 교육부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 줬다. 참 수고가 많았다. 등록금 인상은 막고,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에서 장학금 비중을 확 늘리니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적어진 것은 확실하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사립대학의 재정 피폐화와 교육·연구 질 저하는 한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정부의 예산으로 질 좋은 대학 만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대학에 자유를 주고 맡겨야 한다. 대학에 자유를 줘 스스로 양질의 교육과 연구를 제공하게 한다면 미래는 나아진다. 자유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발전의 원동력이다. 대학 자유의 첫 번째 출발은 고등교육법 11조 10항의 폐기다. 많은 한국 부모가 미래를 위해 좋은 대학 교육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미래를 망치는 법은 당장 좋아 보일지 몰라도 악법이고 폐기돼야 마땅하다.
다른 나라들은 대학 교육에 얼마나 지출할까?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한국보다 학생 1인당 대학 교육비를 덜 지출하는 국가는 6개국 (그리스, 리투아니아, 멕시코, 칠레, 터키, 콜롬비아)뿐이다. 한국이 30등이다. 그래도 2010년에는 우리 교육비가 OECD 평균의 74%는 됐는데, 2019년에는 더 나빠져서 64%에 머물고 있다. G5(독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국가 평균에 비교하면 우리 교육비는 2019년 기준 46%에 불과하다. G5 국가들이 노벨 과학상과 경제학상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그렇게 허리를 졸라매온 한국인들이 왜 이런 교육 현실을 만들었을까. 우리나라 사립대학 운영 비용의 대부분은 등록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그 발단은 반값 등록금 주장에 장단 맞춰 ‘표바라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2011년에 도입한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고등교육법 11조 10항)다. 이는 직전 세 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이를 대학이 어기면 교육부가 각종 제재를 가하겠다며 칼을 휘두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더구나 이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의 등록금 인상도 실질적으로 불허돼 지난 10년간 사립대학 1인당 실질등록금은 25% 감소했고, 사립대학들은 2016년부터 운영 비용이 운영 수입을 초과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대학의 대응은 되도록 비용을 줄이고 다른 수입원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교직원 충원이 안 되고, 교수들이 많은 과목을 가르치게 되니 교육의 질과 연구 업적은 떨어지고, 교직원 급여를 10여 년간 동결하니 사기는 저하된다. 미국 영국 등에 다 있는 전자 저널도 국대 대학 도서관에서는 하나둘씩 사라지고,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을 없애니 과목 다양성은 떨어지고, 대형 강의가 많아지니 뒷자리 학생들은 졸고 있고, 공부 못하는 정원 외 외국 학생 불러다가 등록금이나 챙기고…. 이 같은 현상들이 지금 대학에서 발생하고 있다. 필자의 분야인 경제학에서는 국내 대학 조교수의 초임이 미국 대학 조교수 초임의 3분의 1도 안 된다. 해외에서 공부한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다른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지난 10여 년간 교육부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 줬다. 참 수고가 많았다. 등록금 인상은 막고, 교육부 고등교육 예산에서 장학금 비중을 확 늘리니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적어진 것은 확실하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한 사립대학의 재정 피폐화와 교육·연구 질 저하는 한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정부의 예산으로 질 좋은 대학 만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면, 대학에 자유를 주고 맡겨야 한다. 대학에 자유를 줘 스스로 양질의 교육과 연구를 제공하게 한다면 미래는 나아진다. 자유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발전의 원동력이다. 대학 자유의 첫 번째 출발은 고등교육법 11조 10항의 폐기다. 많은 한국 부모가 미래를 위해 좋은 대학 교육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미래를 망치는 법은 당장 좋아 보일지 몰라도 악법이고 폐기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