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한국형 환경 아젠다', 과학인가 미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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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만 41년 오색케이블카
제주공항도 환경이슈에 장기 좌초
환경캠페인, 정치 하청업은 곤란
'미신 총량의 법칙' 의심받는 사회
과학으로 환경 다루는 정부여야
온실가스 속도조절 등 현안 첩첩
허원순 논설위원
제주공항도 환경이슈에 장기 좌초
환경캠페인, 정치 하청업은 곤란
'미신 총량의 법칙' 의심받는 사회
과학으로 환경 다루는 정부여야
온실가스 속도조절 등 현안 첩첩
허원순 논설위원
일단락된 제주 신공항과 설악산 케이블카 신설 건의 주된 논란은 환경 문제였다. 정부 결론은 힘겹게 났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실제로 엊그제 제주에선 예정지역 주민 500여 명, 현지 정당인들의 ‘조기건설촉구 주민궐기대회’와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라는 곳의 반대 성명 발표가 동시에 있었다. 41년 만에 허가가 난 케이블카도 완공까지는 기술적 어려움 이상의 난관이 있을 것이다.
세계 항공 노선 중 단연 가장 많이 붐비는 구간이 서울~제주다. 103초마다 여객기가 뜨고 내린다. 하늘길 혼잡을 해소하고, 비상시에도 대비하자면 신공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보존’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자연훼손반대’ 구호가 나오면 논리·합리·이성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내막을 보면 제주시 권역과 남제주의 지역적 이해관계가 찬반을 가르는 큰 요인인데도 환경 아젠다가 되는 순간 토론도 논의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국인은 돈 문제와 경제적 이해를 중시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내놓고 말하기는 꺼린다. 반대를 해도 다른 명분이나 가장된 가치를 내세우는데, 환경·자연 보호 그런 것일 때가 많다. 만연화한 제3자 개입 통로이기도 하다. 등산 애호가로 자부해온 필자도 설악산 오색~대청 구간과 서북능선 훼손 가능성이 겁나기는 한다. 계절마다 설악 등반을 누려왔는데, 도떼기시장이 돼 버리면 어디로 가나 싶어 걱정이다. 산청·구례 등이 경쟁적으로 추진해온 비슷한 케이블카 사업으로 지리산 장래까지 우려된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볼 때 케이블카를 계속 막기는 어렵다. 경제 관광 지역민원을 두루 감안하면 어쩔 수가 없다. 과학적 판단이 중요하다. 제주 신공항이든 오색케이블카든 건설에 따른 문제점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또한 과학과 기술로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 문제도 연장된 과학 아젠다다.
환경 아젠다는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천성산 도롱뇽’ ‘사패산 고란초’ ‘영종도 철새’ 같은 비이성적 사태의 반복은 곤란하다. 결과를 두고 반성해보면 경부고속철 없는 국토, 외곽순환도로 없는 수도권 교통, 인천공항 없는 대한민국이 가능하겠나. 미신을 방불케 하는 막무가내 반대로 빚어진 직간접 손실은 얼마나 컸나. 환경을 외쳤으되, 과학 기반이 아니라 미신적이었다.
환경이 현실 정치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동서양 어디서나 흔하다. 가치와 철학이 정립된 편인 서구 정치에서도 정당의 좌우 스펙트럼은 통상 환경 아젠다에서 선명해진다. 그런 유럽에서도 기후변화 이슈와 저탄소 논의는 진정 과학인지, 아니면 서둘러 내놓은 결론에 맹종하는 일종의 미신인지 불분명할 때가 많다. 반론과 문제 제기를 금기시할수록 극단의 원리주의 혹은 교조주의일 공산이 크다. 탈원전은 물론 탄소중립론 자체가 거대한 사기라는 지적이 근래 커지는 기류도 그래서 주목된다.
1820~1830년대 증기기차가 등장했을 당시 영국 지식인들은 마차보다 빠른 철마를 타도 태아와 임산부가 과연 무사할지, 인간의 뇌는 안전할지 잇달아 토론하며 경계·과장했다고 한다. 시속 300㎞도 느린 현대인의 과학 지식으로 보면 어이없지만 의사 학자 등 당대 최고 선진국 지식인에겐 모두 진지한 걱정이었다. 원전이 두려워 태양광·풍력발전을 한다며 애써 가꾼 산림녹지를 마구 파괴하는 행태를 보면 인간 사회, 특히 한국엔 없는 미신도 만들어내고 마는 ‘미신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나 싶다. 그러면서 숱한 환경교조주의그룹이 과학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산의 해상공항 건설에는 ‘제대로 된 반대’를 하지 않는 듯한 행태는 또 뭘까. 환경 문제가 정치의 종속 변수이고, 환경운동은 정치의 하청업이라면 다 이해된다.
이런 와중에 유럽 일각의 ‘유로7’ 변경 움직임은 ‘과학으로 귀환’ ‘이성의 복원’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기류다. 독일 등 8개국이 차량 오염물질 기준을 현행(유로6)보다 강화하는 것은 비현실적 환경규제라고 보는 것인데, 유로7으로 가면 차값이 급등한다는 게 논의의 출발이다. 경제·돈 문제로 바로 귀결되자 과학이 살아나는 것이다. 이런 판에도 전 정부가 과욕에서 밀어붙인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그대로 이어받으면 윤석열 정부도 비과학과 허상에 눌리는 게 된다. 정부 스스로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니, 바로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 미신과 싸우려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미신을 앞서 깨부수는 정부, 과학으로 환경문제를 다루는 정부여야 한다.
세계 항공 노선 중 단연 가장 많이 붐비는 구간이 서울~제주다. 103초마다 여객기가 뜨고 내린다. 하늘길 혼잡을 해소하고, 비상시에도 대비하자면 신공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보존’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자연훼손반대’ 구호가 나오면 논리·합리·이성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내막을 보면 제주시 권역과 남제주의 지역적 이해관계가 찬반을 가르는 큰 요인인데도 환경 아젠다가 되는 순간 토론도 논의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국인은 돈 문제와 경제적 이해를 중시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내놓고 말하기는 꺼린다. 반대를 해도 다른 명분이나 가장된 가치를 내세우는데, 환경·자연 보호 그런 것일 때가 많다. 만연화한 제3자 개입 통로이기도 하다. 등산 애호가로 자부해온 필자도 설악산 오색~대청 구간과 서북능선 훼손 가능성이 겁나기는 한다. 계절마다 설악 등반을 누려왔는데, 도떼기시장이 돼 버리면 어디로 가나 싶어 걱정이다. 산청·구례 등이 경쟁적으로 추진해온 비슷한 케이블카 사업으로 지리산 장래까지 우려된다.
그래도 종합적으로 볼 때 케이블카를 계속 막기는 어렵다. 경제 관광 지역민원을 두루 감안하면 어쩔 수가 없다. 과학적 판단이 중요하다. 제주 신공항이든 오색케이블카든 건설에 따른 문제점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또한 과학과 기술로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 문제도 연장된 과학 아젠다다.
환경 아젠다는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천성산 도롱뇽’ ‘사패산 고란초’ ‘영종도 철새’ 같은 비이성적 사태의 반복은 곤란하다. 결과를 두고 반성해보면 경부고속철 없는 국토, 외곽순환도로 없는 수도권 교통, 인천공항 없는 대한민국이 가능하겠나. 미신을 방불케 하는 막무가내 반대로 빚어진 직간접 손실은 얼마나 컸나. 환경을 외쳤으되, 과학 기반이 아니라 미신적이었다.
환경이 현실 정치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동서양 어디서나 흔하다. 가치와 철학이 정립된 편인 서구 정치에서도 정당의 좌우 스펙트럼은 통상 환경 아젠다에서 선명해진다. 그런 유럽에서도 기후변화 이슈와 저탄소 논의는 진정 과학인지, 아니면 서둘러 내놓은 결론에 맹종하는 일종의 미신인지 불분명할 때가 많다. 반론과 문제 제기를 금기시할수록 극단의 원리주의 혹은 교조주의일 공산이 크다. 탈원전은 물론 탄소중립론 자체가 거대한 사기라는 지적이 근래 커지는 기류도 그래서 주목된다.
1820~1830년대 증기기차가 등장했을 당시 영국 지식인들은 마차보다 빠른 철마를 타도 태아와 임산부가 과연 무사할지, 인간의 뇌는 안전할지 잇달아 토론하며 경계·과장했다고 한다. 시속 300㎞도 느린 현대인의 과학 지식으로 보면 어이없지만 의사 학자 등 당대 최고 선진국 지식인에겐 모두 진지한 걱정이었다. 원전이 두려워 태양광·풍력발전을 한다며 애써 가꾼 산림녹지를 마구 파괴하는 행태를 보면 인간 사회, 특히 한국엔 없는 미신도 만들어내고 마는 ‘미신 총량의 법칙’이라도 있나 싶다. 그러면서 숱한 환경교조주의그룹이 과학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산의 해상공항 건설에는 ‘제대로 된 반대’를 하지 않는 듯한 행태는 또 뭘까. 환경 문제가 정치의 종속 변수이고, 환경운동은 정치의 하청업이라면 다 이해된다.
이런 와중에 유럽 일각의 ‘유로7’ 변경 움직임은 ‘과학으로 귀환’ ‘이성의 복원’ 차원에서 주목할 만한 기류다. 독일 등 8개국이 차량 오염물질 기준을 현행(유로6)보다 강화하는 것은 비현실적 환경규제라고 보는 것인데, 유로7으로 가면 차값이 급등한다는 게 논의의 출발이다. 경제·돈 문제로 바로 귀결되자 과학이 살아나는 것이다. 이런 판에도 전 정부가 과욕에서 밀어붙인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그대로 이어받으면 윤석열 정부도 비과학과 허상에 눌리는 게 된다. 정부 스스로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니, 바로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 미신과 싸우려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미신을 앞서 깨부수는 정부, 과학으로 환경문제를 다루는 정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