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6기가 3년 안에 줄줄이 가동 중단될 처지다. ‘탈원전 대못’에 집착한 문재인 정부가 운영허가 만료에도 가동 연장 절차를 밟지 않은 탓이다. 고리 2호기의 경우 윤석열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연장을 서둘렀지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최소 2년은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

‘운영허가 연장’은 노후 원전의 수명을 억지로 늘리는 게 아니라 정기 검사 및 보수에 가깝다. 세계 원전의 92.5%가 운영허가 만료 후 계속운전 중인 배경이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발등의 불이 된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서도 원전 수명 연장은 필수다. 그런데도 문 정부가 교조적·이념적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미국 80년, 일본 60년인 원전 수명이 한국에선 40년에 그친다.

원전 가동 중단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고리 2호기 중단에 따른 전력 결손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메우면 3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3년 내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나머지 5기의 가동 연장도 신청 일정이 빡빡해 피해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에너지 공기업은 존폐 기로에 섰다. 이는 조만간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전이돼 민생경제를 덮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더 이상 회피하기 힘들다”며 하루 이틀 내로 인상률을 최종 확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두어 달 전 전국을 강타한 ‘난방비 쇼크’의 재연이 우려된다.

무모한 탈원전의 폐해는 에너지 분야를 넘어 금융·산업 전반으로 무차별 확산 중이다. 한국전력 최대주주(지분율 33%)인 국책 산업은행도 사정권이다. 지난해 한전 손실 24조원 중 8조원을 지분법 손실로 반영한 산업은행은 최근 1년 새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2%포인트가량 급락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산은에 LH 주식 1조원어치를 현물출자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건전성 회복을 위해 산은이 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자금시장에 두어 달 전의 블랙홀 상황이 다시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높은 이례적 현상도 나타나 기업 경영을 옥죄고 있다. 반발이 작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 적자를 땜질한 탓이다. 엉뚱한 정책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