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불대책도 새 패러다임을…산에 나무 대신 빗물을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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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물과 생명 이사장
해마다 봄이면 전국에서 산불 피해가 잇따른다. 산불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올바른 원인 파악과 대책이 필요하다.
산불 발생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건조와 강풍 또는 실화나 방화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당장 해결할 묘책은 없다. 하지만 현재 산불 진화가 장비와 인력에만 의존한다는 걸 고려하면 방법이 있다. 지금은 소방헬기가 뜨지 못하는 야간이나 깊은 산중에선 산불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불 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건조한 산을 빗물로 촉촉하게 만들자. 불을 끄기 위한 물이라고 하면 소방헬기, 소방차, 산불진압대원의 등짐 물통만 생각한다. 하지만 빗물도 고려해보자. 우리나라의 1년 강수량은 1300㎜로, 산 전체를 수영장 깊이만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 빗물 중 일부를 산의 표면에 모아두면 산을 촉촉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진압보다는 예방에 신경쓰자. 산불이 난 뒤 진압과 복구에 집중하기 전 미리 전국에서 산불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민관이 함께 하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산불을 관에서 모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넷째, 다목적으로 하자. 빗물을 산에 모아 촉촉하게 만들어두면 산불 예방 및 확산 방지는 물론 하류로 내려가는 물의 양을 줄여 홍수와 토양 침식도 줄일 수 있다. 지하수를 충전시켜 계곡의 건천화도 막아준다. 모아둔 물은 식물이나 동물에게도 유용하다. 모인 물이 증발하면 구름이 돼 다시 비로 내려오는 ‘물순환’도 이뤄진다.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불 관리는 산에 빗물을 모으는 ‘물모이’를 많이 마련해두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모이란 높이 0.5~1m 정도 되는 작은 보를 말한다. 산에 쓰러진 나무나 돌과 같은 자연 재료를 이용한다. 슬로바키아 등에서 물모이를 만들어 넓은 지역의 산불과 홍수 피해를 예방한 사례가 있다.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도 30여 개의 물모이를 설치하고 그 성능을 살펴보고 있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에도 무사했고 겨울에 얼은 물이 봄에 녹아 실용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산속 물모이 정보를 이용하면 소방진압대원들이 물의 양과 위치를 알 수 있어 산불 진압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민과 관이 협력해 물모이를 확산하려는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 조직을 갖춘 대한적십자사 등 구호기관에서 각 지역의 구성원이 물모이를 설치하게 하면 어떨까. 산지의 계곡 하나마다 학교를 지정해 교육적 활동으로, 또는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으로 차근차근 물모이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사회적 운동을 벌여 과거 황폐했던 산을 울창하게 바꾼 경험이 있다. 이제 그 숲에 물모이를 꾸며 잘 가꿔야 할 때다. 유엔의 ‘물 행동 의제(Water Action Agenda)’에는 민관협력으로 산에 물모이를 설치해 산불만이 아니라 홍수, 가뭄, 폭염 등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생태계도 살리자는 한국의 제안이 채택된 바 있다. 민과 관이 합심해 전 국민이 자기 지역에 물모이를 만드는 ‘산촉촉 운동’을 제안한다. 산에 나무를 심는 대신 빗물을 심자.
산불 발생 원인이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건조와 강풍 또는 실화나 방화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당장 해결할 묘책은 없다. 하지만 현재 산불 진화가 장비와 인력에만 의존한다는 걸 고려하면 방법이 있다. 지금은 소방헬기가 뜨지 못하는 야간이나 깊은 산중에선 산불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불 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건조한 산을 빗물로 촉촉하게 만들자. 불을 끄기 위한 물이라고 하면 소방헬기, 소방차, 산불진압대원의 등짐 물통만 생각한다. 하지만 빗물도 고려해보자. 우리나라의 1년 강수량은 1300㎜로, 산 전체를 수영장 깊이만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그 빗물 중 일부를 산의 표면에 모아두면 산을 촉촉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진압보다는 예방에 신경쓰자. 산불이 난 뒤 진압과 복구에 집중하기 전 미리 전국에서 산불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민관이 함께 하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산불을 관에서 모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넷째, 다목적으로 하자. 빗물을 산에 모아 촉촉하게 만들어두면 산불 예방 및 확산 방지는 물론 하류로 내려가는 물의 양을 줄여 홍수와 토양 침식도 줄일 수 있다. 지하수를 충전시켜 계곡의 건천화도 막아준다. 모아둔 물은 식물이나 동물에게도 유용하다. 모인 물이 증발하면 구름이 돼 다시 비로 내려오는 ‘물순환’도 이뤄진다.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산불 관리는 산에 빗물을 모으는 ‘물모이’를 많이 마련해두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모이란 높이 0.5~1m 정도 되는 작은 보를 말한다. 산에 쓰러진 나무나 돌과 같은 자연 재료를 이용한다. 슬로바키아 등에서 물모이를 만들어 넓은 지역의 산불과 홍수 피해를 예방한 사례가 있다.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도 30여 개의 물모이를 설치하고 그 성능을 살펴보고 있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에도 무사했고 겨울에 얼은 물이 봄에 녹아 실용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산속 물모이 정보를 이용하면 소방진압대원들이 물의 양과 위치를 알 수 있어 산불 진압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민과 관이 협력해 물모이를 확산하려는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 조직을 갖춘 대한적십자사 등 구호기관에서 각 지역의 구성원이 물모이를 설치하게 하면 어떨까. 산지의 계곡 하나마다 학교를 지정해 교육적 활동으로, 또는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으로 차근차근 물모이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사회적 운동을 벌여 과거 황폐했던 산을 울창하게 바꾼 경험이 있다. 이제 그 숲에 물모이를 꾸며 잘 가꿔야 할 때다. 유엔의 ‘물 행동 의제(Water Action Agenda)’에는 민관협력으로 산에 물모이를 설치해 산불만이 아니라 홍수, 가뭄, 폭염 등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생태계도 살리자는 한국의 제안이 채택된 바 있다. 민과 관이 합심해 전 국민이 자기 지역에 물모이를 만드는 ‘산촉촉 운동’을 제안한다. 산에 나무를 심는 대신 빗물을 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