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당면한 경기 하강과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를 고려한 결정이다. 금리 상승기에 불어난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차입자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경기 침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가오는 혹한기에 대비해 이 시기를 구조조정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18.6%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는 게 한은 추정이다. 건설 분야는 10곳 중 4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 대출은 시한폭탄이다. 지난해 말 현재 1019조8000억원으로 규모가 한 해 동안 12.2% 늘어난 것도 우려스럽지만 연체율이 지난 1월 말 기준 0.33%로 1년 전(0.17%)에 비해 2배 가까이 뛴 게 더 큰 문제다. 올해 하반기 정부의 원금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부실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 가계대출은 1050조원으로 올 들어 3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지만 연체율이 치솟아 여전한 위협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하반기 불확실성이 많아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고물가는 물론 금융 불안, 신용 위축, 경기 절벽 등 뇌관이 산재해 있다. 당국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위기를 차단하는 동시에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옥석 가리기와 함께 개별 기업의 재무구조와 경쟁력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한다. 은행 주도 아래 가계와 기업도 채무를 줄여 다가올 한파를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를 ‘골든타임’을 허비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