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포퓰리즘 정책 감별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총선 1년 앞두고 각종 공약 난무
포퓰리즘, 다수에 혜택 표방해도
장기적으로는 국민 전체에 害
양곡법·기본대출 등이 대표적
유권자 현명한 판단 필요한 때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포퓰리즘, 다수에 혜택 표방해도
장기적으로는 국민 전체에 害
양곡법·기본대출 등이 대표적
유권자 현명한 판단 필요한 때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총선을 1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각종 정책 공약도 난무하기 시작한다. 유권자들은 공약된 정책의 효과와 진의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정책이 있는데 이를 전문가 혹은 상대 정당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때가 종종 있다. 포퓰리즘 정책은 무엇이고 정말 나쁜 것일까?
우선 포퓰리즘은 가상의 적(기득권자, 사회 엘리트, 외국 정부, 이민자 등)을 설정하고 적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합, 선거를 통해 정권을 얻은 뒤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권력을 영구화하려는 정치 책략이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 세력은 반대 세력보다 자신들이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환상에 젖어 있고, 이들을 적 혹은 적의 동지로 규정한 뒤 법을 동원해 억압하고 무시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원주의에 반하는 책략이다. 포퓰리즘은 우파와 좌파 모두 취할 수 있는 정치 책략이지만,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포퓰리즘 정권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타계한 우고 차베스 후계자) 정권일 듯하다. 현 베네수엘라의 정치·사회적 곤경은 익히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마두로 같은 포퓰리즘 세력이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포퓰리즘을 연상시키는 정책은 많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 것을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정의하기로 한다. 첫째, 이 정책은 선거에서 무시 못 할 만한 소수 혹은 전 국민을 상대로 혜택을 주는 것을 표방한다. 둘째, 이 정책의 비용은 전 국민이 장기에 걸쳐 부담하므로 당장 눈에 띄지 않고 다수 국민이 선량한 이타심에 근거해 이를 지지할 수도 있다. 셋째,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 국민 전체에게 해를 끼치고 심지어는 수혜자마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궁극적 수혜자는 이를 발의한 정치인들뿐이다.
포퓰리즘 정책의 예를 들자면 얼마 전 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개정안은 쌀 가격이 평년보다 낮을 때 농민이 요청하면 쌀을 생산비의 110% 가격으로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농민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다. 수혜자는 쌀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소수지만 선거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현재도 공급과잉인 쌀이 더 많이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모두 수매하려면 매입 비용, 보관 비용 심지어 폐기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전가되는데 국민 1인당 전가액은 많지 않으므로 크게 눈에 띄지 않고, 대다수가 고령인 논농사 종사자를 돕는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 정책 때문에 생산성 낮은 쌀 농업 분야가 지속할 것이고 이는 농가에도 좋을 게 없다. 왜냐하면 고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농가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은 오히려 이런 농업 분야의 전환을 위해 쓰여야 합리적이다. 더구나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 재정을 악화하고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포퓰리즘 정책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성인 누구나가 최대 20년 기한으로 1000만원까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하고 이를 정부가 보증한다는 ‘기본대출’이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 정책의 수혜자는 전 국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보증이 있으니 금융권은 대출해주겠지만, 결국 일부 차입자는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이 된다. 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 4.1%를 적용하면 이 비용이 연 12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큰 액수지만 개별 국민에게는 단기적으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고 저소득층을 돕는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급인 가계부채가 장기적으로 더 증가하고 부실해진 국가 재정이 악화하면 국가신용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금융권 대출이 생기면 진짜 대출이 절실한 저소득층이 대출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이 정책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국민 전체 특히 저소득층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인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갖가지 정책이 난무할 것이다. 포퓰리즘인지 아닌지 위에 언급한 세 조건을 잣대로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우선 포퓰리즘은 가상의 적(기득권자, 사회 엘리트, 외국 정부, 이민자 등)을 설정하고 적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합, 선거를 통해 정권을 얻은 뒤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권력을 영구화하려는 정치 책략이라고 할 수 있다. 포퓰리즘 세력은 반대 세력보다 자신들이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환상에 젖어 있고, 이들을 적 혹은 적의 동지로 규정한 뒤 법을 동원해 억압하고 무시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원주의에 반하는 책략이다. 포퓰리즘은 우파와 좌파 모두 취할 수 있는 정치 책략이지만,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포퓰리즘 정권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타계한 우고 차베스 후계자) 정권일 듯하다. 현 베네수엘라의 정치·사회적 곤경은 익히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마두로 같은 포퓰리즘 세력이 정권을 차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포퓰리즘을 연상시키는 정책은 많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 것을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정의하기로 한다. 첫째, 이 정책은 선거에서 무시 못 할 만한 소수 혹은 전 국민을 상대로 혜택을 주는 것을 표방한다. 둘째, 이 정책의 비용은 전 국민이 장기에 걸쳐 부담하므로 당장 눈에 띄지 않고 다수 국민이 선량한 이타심에 근거해 이를 지지할 수도 있다. 셋째,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 국민 전체에게 해를 끼치고 심지어는 수혜자마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궁극적 수혜자는 이를 발의한 정치인들뿐이다.
포퓰리즘 정책의 예를 들자면 얼마 전 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개정안은 쌀 가격이 평년보다 낮을 때 농민이 요청하면 쌀을 생산비의 110% 가격으로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는 것으로 농민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정책이다. 수혜자는 쌀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소수지만 선거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현재도 공급과잉인 쌀이 더 많이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모두 수매하려면 매입 비용, 보관 비용 심지어 폐기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비용은 결국 세금으로 전가되는데 국민 1인당 전가액은 많지 않으므로 크게 눈에 띄지 않고, 대다수가 고령인 논농사 종사자를 돕는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 정책 때문에 생산성 낮은 쌀 농업 분야가 지속할 것이고 이는 농가에도 좋을 게 없다. 왜냐하면 고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농가 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은 오히려 이런 농업 분야의 전환을 위해 쓰여야 합리적이다. 더구나 이 정책은 장기적으로 재정을 악화하고 국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포퓰리즘 정책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성인 누구나가 최대 20년 기한으로 1000만원까지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하고 이를 정부가 보증한다는 ‘기본대출’이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 정책의 수혜자는 전 국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보증이 있으니 금융권은 대출해주겠지만, 결국 일부 차입자는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국민 부담이 된다. 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 4.1%를 적용하면 이 비용이 연 12조3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큰 액수지만 개별 국민에게는 단기적으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고 저소득층을 돕는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급인 가계부채가 장기적으로 더 증가하고 부실해진 국가 재정이 악화하면 국가신용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과도한 금융권 대출이 생기면 진짜 대출이 절실한 저소득층이 대출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이 정책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 국민 전체 특히 저소득층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보인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갖가지 정책이 난무할 것이다. 포퓰리즘인지 아닌지 위에 언급한 세 조건을 잣대로 유권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