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예상을 밑돌았다. 경기 지표는 미국 주가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를 지레 점치며 상승 구실을 찾기에 혈안이다. 경제성장률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애플의 1분기 실적은 반대로 견조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투자의 현인 워런 버핏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 지표를 대하는 그의 투자관을 들어보자.

[비즈니스 인사이트] 주식투자, 경제학자들 말은 듣지 마세요
지난달 CNBC 앵커가 버핏에게 물었다. “은행 파산 같은 신용경색이 미국 성장률을 깎아내릴 것 같다. 이런 예상이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버핏은 “투자인생 58년간 (경제성장률 같은) 경제 지표를 보고 투자했다면 돈 못 벌었다”고 무던하게 응수했다.

성장률뿐이겠나? 인플레이션으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는 시점에서 고용통계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준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고용 지표는 버핏 같은 투자자에게 효용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버핏뿐만이 아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한술 더 떠 경제학자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논어만 즐겨 읽었다.

순익 감소로 지난해 폭락하던 메타 주가는 11월 1만 명(전 직원의 13%) 넘는 직원 해고 발표 후 큰 폭으로 올랐다. 해고는 고용 지표에 나쁜 영향을 주나 기업에는 수익성 개선 신호다. 메타 주가는 올해 52주 신고가를 세웠다. 4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는 날에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2023년이 효율의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경제학은 효율성 못지않게 형평성도 중요시한다. 문제는 포용적 성장이나 중소기업, 자영업자 대책 같은 형평성 제고 정책은 주식시장에 큰 의미가 없다. 주식시장은 비상장 중소기업을 아우르지 않으며 효율성에 민감하다.

그럼 어떤 경제 지표가 의미 있는 것일까? 버핏은 4월 부활절 소매판매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기업이 얼마나 성장하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다. 우리보다 선진화된 미국 주식 시장은 가이던스를 제대로 주가에 반영하는 것 같다. 단기 매매 대상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기업을 가꾸는 것은 경영자와 투자자에게 모두 중요하다. 그런 기업을 투자가는 어떻게 발굴할 수 있을까?

버핏은 가치투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가치투자자가 종목을 발굴하는 데는 흔히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주변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 이를 숫자로 검증해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으로 탁월한 숫자를 보이는 기업을 찾아 주변 아이디어와 접목해 보고 진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버핏은 나이가 들수록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경험은 늘고 관찰력은 예민해진다고 했다. 올해 마지막 행사였던 ‘버핏과의 식사’에서도 체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람의 성품을 예로 들며 책과 선생님, 학자에 의지해 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생활 속에서 배우고 교훈을 얻어야 인성을 간파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어디 인품뿐이겠나. 주식 시장에서 종목 고르는 내공 역시 올바른 체험과 오랜 관찰에서 쌓아온 것이리라.

버핏은 이전 인터뷰에서도 경제학자들이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아는 경제학자면서 IQ(지능지수)가 160 정도고 평생 경제를 연구하며 보냈는데, 주식으로 돈을 크게 번 슈퍼 부자의 이름을 대보라고 물었다. 존 케인스는 어떤 사업이 잘될 것인지 예측하려고 신용 사이클을 연구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케인스가 주식에서 성공한 비법은 무엇일까? 경제학 공식을 포기하고 그저 좋은 사업체의 주식을 싸게 사겠다고 결심한 뒤였다.

버핏의 말이 모두 옳지 않을 수 있다. 후행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나 고용보다는 환율, 금리, 유동성, 운임 지수 같은 지표와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이 기업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버핏의 말은 환율처럼 방향성을 지닌 지표를 예측하기가 어려우니 시장과 기업 관찰에 더 집중하라는 말로 들린다. 경영자가 투자가에게 투명한 기업 실적을 공시할 의무는 그래서 더욱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