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의 상쾌한 하루] 로봇이 대장암 수술을 하나요?
“눈에 생긴 농양을 절개해 눈이 나으면 10세겔을 받고 그러나 환자가 죽거나 눈을 멀게 하면 외과 의사의 두 손을 자른다”라고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법전에 기술돼 있다. 그 당시에도 외과 수술이 행해졌던 것이다. 13~18세기에는 피를 보는 행위를 천하게 생각해 칼을 다루는 이발사들이 외과 의사 역할을 대신했다. 이발소의 표식인 흰색, 붉은색, 푸른색 줄무늬 기둥은 붕대, 동맥, 정맥을 상징한다.

1731년 프랑스 외과 의사인 펠릭스가 태양왕 루이 14세의 치루 수술에 성공해 왕립 외과 아카데미가 창립되면서 외과 의사들이 본격적으로 의사로 인정받게 됐다. 그 후 외과 수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881년 위절제 수술이 시행되고 약 100년 후인 1990년 복강경 대장절제술이, 2002년 로봇을 이용한 대장절제술이 시행됐다.

[김광호의 상쾌한 하루] 로봇이 대장암 수술을 하나요?
대장암의 치료 방법에는 외과적 절제,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 면역 치료 등이 있다. 이 중 외과적 절제가 최선의 치료 방법이다.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 다른 방법들을 먼저 시도해 종양을 절제할 수 있게 만든 뒤 제거한다. 항문에서 가까워 괄약근을 보존하기 어려운 직장암의 경우 과거에는 대부분 항문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해 인공항문을 복부에 달고 살아야 했다. 최근에는 수술 전 방사선 항암 치료를 통해 암의 크기를 줄여 괄약근을 보존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2022년 미국 연구기관에서 직장암 환자 중 수술 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 후 반응이 좋아 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약 50% 환자가 3년간 재발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암이 항문에서 가까워 항문을 제거해야 했던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수술 방법도 계속 발전했다.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도입돼 수술 상처의 크기를 줄였고 통증도 감소했다. 회복 역시 빨라졌고 미용적으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개발돼 복강경으로 수술하기 어려운 좁은 골반 내에 있는 직장암의 수술이 쉬워졌다. 로봇수술이라고 해서 SF 영화에서처럼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암을 절제하고 혈관을 결찰하고 장을 자르는 것은 아니고, 수술은 외과 의사의 판단하에 시행된다. 의사의 팔을 대신해 로봇 팔이 수술하는 것이다(사진).

복강경 수술에서는 복강경 기구가 의사의 팔과 손가락 역할만 해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데 비해 로봇에서는 손목관절에 해당하는 관절이 더 있어 사람의 손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좀 더 세심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전립선암 수술이나 비만한 남자의 좁은 골반 내 직장암 수술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수술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나 현재까지는 외과 의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김광호 이대서울병원 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