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수출이 8개월째 역성장하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지역별 수출이다. 우리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8.1%다. 2010년 1월 18.8%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두 국가 간 비중 차는 2.2%포인트로 좁혀졌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 안미경미(安美經美: 안보도 경제도 미국)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지경학적 문제가 있다. ‘신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변되는 세계 시장의 진영화 흐름에 우리도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국제 정세 탓만 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경쟁력 저하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주요 산업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대부분 사라졌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7년 3.2%를 기록한 뒤 지난해 2.7%로 지속적으로 떨어졌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 12.7%에서 14.4%로, 대만은 1.7%에서 1.9%로, 베트남은 1.2%에서 1.4%로 상승했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바뀐 무역 지형은 달라진 전략을 요구한다.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안미경세(安美經世: 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가 답이다. 이를 위해 수출 다변화는 다급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수출 중 40%가량을 중국과 미국 두 나라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 대상국 집중도는 대미 수출이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캐나다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쏠림 현상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증폭시킨다. 수출 다변화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무역과 산업정책의 초점을 옮겨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는 미·중 대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되 실리 기반 경제를 확대해야 하는 어려운 시험대에 서 있다. 이런 틈새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기술 초격차와 상품 경쟁력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