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챗GPT는 집단지성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뇌를 모방해 개발됐고 우리가 배우는 방식을 흉내 내 학습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은 어린아이라도 개와 고양이 사진을 몇 장만 보면 그 둘을 쉽게 구분하는 데 비해 AI는 그렇게 하기 위해 몇 년 전만 해도 수백만 장의 사진을 학습해야 했다는 점이다. 우리 뇌는 패턴화를 통해 구별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지금의 AI는 무언가를 잔뜩 보거나 읽어야만 즉 학습을 통해서만 우리가 원하는 일을 잘 해낸다.

챗GPT는 인터넷에 존재하는 수천만 개의 문서를 읽고 학습하기 때문에 사람이 언어로 하는 일들을 상당히 잘 처리한다. 그것이 참조한 수천만 개의 문서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이 남긴 결과라고 보면 챗GPT는 어떤 의미에서 집단지성이라고 부를 만하다. 집단지성이란 우수한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이 모여 더 나은, 혹은 올바른 결과를 도출한다는 개념이다. 인터넷이 거대한 정보의 원천으로 성장한 배경으로, 네이버 지식인이나 위키피디아가 대표적 예다.

그러나 챗GPT는 집단지성의 특징과는 큰 차이가 있다. 집단지성은 다양한 사람이 참여해 서로의 결과물을 다듬고 다시 공유(이 부분이 중요하다!)하면서 전문가 수준의 정보를 생성하고 발전시킨다. 이에 비해 챗GPT는 내가 필요한 정보를 이미 담고 있어서 원하는 결과를 채팅이라는 개별적 활동을 통해 얻고, 그 과정이 공유 단계 없이 끝나게 된다.

스택오버플로라는 개발자를 위한 집단지성 서비스를 예로 들어 보자. 2022년 12월 스택오버플로는 챗GPT를 이용해 만들어진 답변을 금지했다. 챗GPT가 잘못된 답변을 내거나 정보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개발자들이 챗GPT 덕분에 이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게 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올해 스택오버플로의 트래픽은 매월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스택오버플로의 집단지성이 약화하고 있으며 문서 생성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챗GPT가 생성한 문서가 벌써 웹 문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챗GPT가 학습해야 할 문서들이 점차 자신이 만들어낸 문서가 돼가고 있다. 인포월드의 맷 아세이는 “우물이 말라가고 있다”며 AI 발전에 필요한 지식의 풀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AI 기술이 닫힌 형태로(오픈소스가 아닌) 변화하고 있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터넷으로 가능하던 집단지성과 같은 정보 공유의 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다. AI 기술의 파급력은 수십 년 동안 정보 혁명의 중심에 있었던 인터넷 생태계 자체를 변화시킬 만큼 넓고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