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어제 열린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눈먼 돈’을 넘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부패 카르텔’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타락한 국가보조금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한 것으로 늦었지만 반길 만한 일이다.

2016년 3조5571억원이던 민간단체 보조금은 지난 정부 5년간 연평균 3146억원씩 늘어 지난해 5조444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횡령과 허위 수령, 서류 조작, 내부 거래 등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것은 그 결과다. 일부 시민단체는 국가보조금을 받아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목적으로 단체를 운영했다. 한 통일운동단체는 민족 영웅을 발굴하겠다며 6260만원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가보조금은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지 무상 지원금이 아니다. 엄연한 국민 세금인 만큼 한 푼의 낭비도 용납돼선 안 된다. 그런데 일부 시민단체가 사업 목적과 무관한 정치적 활동에 보조금을 사용한 사례가 다수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민 혈세가 정치 포퓰리즘의 먹잇감이 됐다”고 직격한 배경이다.

국가보조금을 둘러싼 부패 카르텔을 뿌리 뽑아야 한다. 개별 보조금 사업의 타당성을 하나하나 검토해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지 않는 용처는 모두 없애야 한다. 동시에 보조금 편성과 집행, 평가 등 전 과정에서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 영향력을 넓히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국가보조금을 줄여가는 게 답이다. 보조금은 태생상 시장 원리보다 연줄과 정치 논리가 작용하기 쉽다. 자체적인 혁신을 가로막고 ‘정부 의존증’을 심화한다. 보조금 전반에 대한 정책을 개선해 경쟁 원리를 적용하고, 부패의 온상이 될 수 있는 사업은 시장에 넘기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