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용의 한류 이야기] "OTT만 배부른 세상"…딜레마 빠진 글로벌 문화산업계
할리우드의 파업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는 한국 문화산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의 파업은 올 5월부터 파업을 이어온 미 작가조합(WGA)과 동반 파업 형태를 띠고 있다. 할리우드 양대 노조인 배우조합과 작가조합이 동반 파업을 벌이는 것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할리우드의 전면 파업은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 1위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문화산업계에 적잖은 여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연히 한국 문화산업계도 포함된다. 할리우드 양대 조합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우리도 직면하고 있는 현안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파업의 핵심은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의 문화산업계 지배 현상과 인공지능(AI)을 통한 문화 생산이 야기하는 일자리 파괴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 할리우드 배우와 스태프들은 대기업 스튜디오들이 스트리밍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적절하게 분배해야 한다며, 온라인 스트리밍 기업들에 공정한 이윤 분배 및 작업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양대 조합은 또한 스튜디오와 OTT 플랫폼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함에 있어 작가와 배우들의 고유 권리를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달용의 한류 이야기] "OTT만 배부른 세상"…딜레마 빠진 글로벌 문화산업계
스트리밍 기업들이 막대한 이윤을 얻으면서도 이를 문화 생산자와 나누지 않고 있다는 문제는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에서 불거진 바 있다. 넷플릭스는 제작비에 일정 부분 이윤만 얹어주는 방식으로 오징어게임에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이윤을 독차지했다. 지식재산권을 독점하면서 향후 재방영 등에서 벌어들이는 이윤도 넷플릭스에 집중되게 돼 있다. 한국에서는 그러나 이와 관련, 넷플릭스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넷플릭스에 제작비 지원을 받아내야 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절실한 국내 산업 현실에서 넷플릭스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사실상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AI가 향후 배우와 작가 등은 물론 일선 제작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배우조합은 AI가 생성한 얼굴 및 목소리가 배우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문화시장에서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7위에 올라 있는 문화강국이다. 컨설팅 전문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올해 발간한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 전망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591억달러(약 74조8000억원)에 달하는 문화산업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향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분야가 OTT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2018년 6억4700만달러 규모였던 시장이 2027년에는 무려 40억89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OTT 플랫폼은 특히 AI를 이용해 프로그램의 생산과 배분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 문화산업계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한류 발전에서도 OTT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OTT를 둘러싼 문화 제작환경의 투명성 확보와 AI 사용을 통한 문화 제작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 제작자들의 창의성을 담보하면서도 첨단 디지털 기술과의 상생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 특훈교수